아침부터 운동장에서 새 한마리가 그렇게 울어댈 때

뭔가를 눈치챘어야 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쳐다본 하늘에

두겹 세겹으로 하늘을 막아버린 흐린 구름들이

소리도 없이 걷히고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할 때

뭔가를 눈치챘어야 했다.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이라고는 하지만

이 생에서의 마지막 만남을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예고도없이 떠나버린 사랑하는 님

만날 때 헤어짐을 알고

헤어질 땐 다시 만날 것을 안다고 하지만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훌쩍 가버린 사랑하는 님아

그대 간 곳이 어디인가?

그대 떠나고 내가 남은 이 곳은 또한 어디인가?

죽음을 통해서 삶은 더욱 선명해지고

삶을 통해서 죽음이 더욱 막막해지는데

삶과 죽음은 손아귀의 모래처럼

어느듯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갈라지고

내가 살고 있는 여전한 이 세상은

그대가 맞는 새로운 세상을 가늠할 수 없는데

인생의 여정을 마친 그대가

어느 봄햇살 따스하게 내려앉는 곳에서

나의 단잠 속에 왔다가 갈 줄 어이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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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3-2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자정리요 거자필반이라지만
어리석은 몽매함은 그 길을 알지 못하고
탐욕과 성냄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이 소중한 지금, 여기를 팽개치고 삽니다.
단잠 속에 왔다가는 하루.
달팽이 걸음으로 꽃나무 위에 오를 때쯤이면
벚꽃이 활짝 피겠지요?

달팽이 2006-03-2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나리가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매화도 그 절정의 자태를 드러냅니다.
세상은 이리도 봄의 향연에 흠뻑 빠져 있지만
삶과 죽음은 늘 우리들 곁에 있습니다.
그 삶과 죽음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날을
맞고 싶군요.
요즘, 바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