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논리 - 철학적 재구성
박이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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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가 가진 아시아사회에서의 정신적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어를 제대로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일반인으로서 논어가 가진 유교적인 영향을 국가와 사회, 문화와 관습을 통해 느끼고 영향받으면서도 그 논어에 내재한 혁명적이고 개혁적인 논리는 대체로 왜곡되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논리를 대변해주는 것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지금껏 쏟아지고 있는 많은 논어에 관한 책이 주로 논어의 내용에 대한 주석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박이문 교수는 논어를 새롭게 읽는 방법의 한 가지를 제시해준다. 논어에 내재한 논리를 중심으로 논어의 내용을 다시 이합집산시킨다. 논어가 가진 중요성을 우리 사회가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논어의 정작 중요한 텍스트가 가진 논리의 이면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온 것이 사실이다. 우선 나부터도 도덕경에 먼저 마음이 끌렸으며, 도덕경이 청명한 하늘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논어는 진흙투성이의 땅위로 내려온 이야기에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어를 현실사회를 해석하고 변화와 개혁을 위한 의미로서 새롭게 읽어내려는 노력들이 최근 들어 이루어지고 있고 이 책 또한 그러한 일련의 노력들 가운데 하나로써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서양적 가치와 대비되는 동양적 가치의 정신적 문화유산의 한가운데 오랫동안 서 있었던 논어는 삶의 진리가 우리가 감각을 통하여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만 파악될 수 있다고 하는 서양의 경험주의와도 다르고 합리적 추론을 통하여 이성으로서 진리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 합리주의와도 다르다. 서양적 가치가 합리적 이성과 과학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면 동양적 가치는 인간의 육체적 감각으로 느끼는 것의 부정확함과 현실파악의 결여성에 주목한다. 나아가 참된 진리는 격물하는데서부터 시작되어 자신의 내면의 수양을 통한 치지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동양적 견해는 인간과 사회역시 자연의 산물로 자연의 일부이므로 무위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고 주장하여 일체의 사회와 속세로부터 벗어나 도와 덕으로 귀의해야 한다고 생각한 노장사상과 하늘의 본성으로부터 나온 인과 예를 중심으로 사회에 나아가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삶속에서 진리를 찾아야 하며 그 진리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맹사상으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물론 그 외에도 묵가와 법가 그리고 불교사상이 있었지만 말이다.

  논어는 그 중에서도 탈현실주의적이고 탈사회주의적인 노장사상에 대비되어 참된 진리를 향한 배움의 길을 현실에서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나아가 배움의 추구를 통한 현실개혁에 그 완성이 있다는 점에서 관념적인 것에 치우쳤다고 비판받는 노장사상을 보다 현실로 끌어들여서 우리들에게 주어진 이 삶속에 진리가 있다고 말하였다. 이것은 인간 사회가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그 의식의 산물인 문화가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갖고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도를 찾기 위해 머리를 깍고 산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현실적인 삶에서 우리는 보다 논어에 친근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게 된다. 하지만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마음을 항상 도와 하늘의 본성과 그에 따른 인에 두고 그 인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인 예로서 수신했던 논어가 나의 삶에 주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공자에게 있어 군자불기였지만 또한 기이기도 했던 것은 인을 근본마음으로 지녀야했지만 예로써 실현해야 했던 문제와 다를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몸과 마음이 하나의 일체화된 삶으로서의 논어를 써내려갔던 것이다. 그것이 그의 삶이 추구하던 바였으며, 종심소욕불유구라고 했던 그의 말에서도 찾을 수 있듯이 끊임없이 자신의 정치사상을 펴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려했고, 자꾸만 좌절했던 그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도에 삿됨과 고집이 없이 인과 예에 닿으려했던 공자의 마음은 "조문도 석사가의"에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참된 삶의 진리를 위해 내 현실적인 삶을 던져버리지 못한 나의 경우처럼, 공자의 사상은 주어진 삶의 현실 속에서 수신하고 배우고 나아가 삶의 본성에 닿고 깨닫는 길을 가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우리 조선시대 선비들이 이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수양을 해나갔던 이가 얼마나 무수했을 것이며 또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마음의 바탕을 찾았던 이는 또 얼마나 무수했을 것인가?

  노장사상의 깊이로 단순히 논어를 비판하기보다 그 사상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현실적인 영향력을 가지고서 참된 삶을 찾고자하는 이의 오랜 교과서적인 역할을 해왔던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우리는 논어의 첫페이지를 들추어야 할 것이다. 그 마음 속에는 노장이니 공맹이니 법가니 묵가니 하는 구별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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