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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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가? 20세기의 역사를 거치면서 인류는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선과 악의 역사적인 경험을 공유하였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본성의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한 연구들이 많은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인류역사를 설명해주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에 대한 10가지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실험들이 가지는 의미와 사회적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은 과연 행동의 조작에 의해 밀가루 반죽처럼 어떠한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는 존재인가? 평범하면서도 정상적으로 보여지는 인간도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서 희대의 살인자로도 무서운 인종차별주의자로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의 신체기관에 대한 해명이 이루어지면 인간의 성격과 능력도 신체기관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약품과 수술로서 유전자를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각각의 대담했던 실험들은 많은 찬사와 비난을 받아왔다. 생명을 실험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성 문제로부터 그런 실험의 성과로 말미암아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졌으며, 잘못된 정신의학이나 심리치료의 폐해로부터 해방되었던 장점들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은 그 통계적 결과가 절대적인 수치로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인간 존재가 가지고 있는 애초의 무수한 가능성들을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건화된 행동의 훈련으로도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주어진 상황과 권위에 대해서도 거부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또한 이런 실험 그 자체가 피실험자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인생의 경험으로 그 사람의 가능성과 선택에 따라 똑같은 실험이 서로 다른 피실험자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이러한 심리실험들은 인간이 가진 다양하고도 폭넓은 인간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증명에 다름아니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어느 한쪽의 조작만으로 인간 존재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갖는 한계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인간 행동의 조작 또는 신체 기관의 절제 또는 약물변화로써만 인간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육체적이고 행동적인 문제들을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문제로 모두 환원시켜 해결하려는 것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은 왜 그렇게도 사회적으로는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던 실험을 하였던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의 학문적인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은 더욱 황폐해졌고, 우울했으며, 삶의 깊은 슬픔 속에서 지내야만 했던 것인가이다.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이 종교적인 추구에 있어서는 깨달음과 성인으로의 길로 나있었다고 한다면 심리학적이고 정신의학적인 길들은 더욱 많은 좌절과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낳았다는 사실이 대비되었다. 그것은 실험자의 마음가짐과 그의 인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이 책에서는 채워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의 렌즈로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대한 이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좋은 배움이 되었다. 나아가 인간의 행동과 심리 뇌기관의 이해가 인간존재와 그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조언을 주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쉽지 않은 심리학 정신의학 용어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으면서도 본질적인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담아내었던 저자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더불어 우리말로 잘 옮겨준 역자에게도 그 칭찬의 일부를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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