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쳐라 - 세상을 치는 경허 스님의 죽비소리!
경허 스님 지음, 한용운 엮음, 석성우 옮김, 김홍희 사진 / 노마드북스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방학과 더불어 떠난 직원연수는 변산반도의 내소사를 거쳐서 고창의 선운사와 도솔암 그리고 돌아오는 길의 선운사를 끝으로 해서 삼사순례를 하게 되었다. 내소사도 선운사도 대웅전을 한 눈에 담고 뒷 산을 배경으로 바라보기엔 힘들게끔 세워진 대웅전 앞의 구조물때문에 그 멋이 한 층 반감되었다. 내소사의 뒤산의 삐쭉삐쭉한 절경에 눈쌓인 설산을 배경으로 한 대웅전과 그것을 둘러싼 조용한 산사의 절은 내 마음 속에서도 고요하고 조용한 절대의 공간을 찾게 하였고, 선운사의 풍경 뒤로 걸린 동백꽃 군락지와 설산의 웅장함들이 기나긴 세월에 파묻힌 풍경들의 오늘을 보여주었다.

  연수기간동안 이 책을 들고 다녔으나 펴보진 못했다. 하지만 마음마저 잊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 근대불교의 선구자라고 불리우는 경허스님의 글들을 만해 스님이 정리하였다. 아마 경허스님의 본래 글을 남겨두었더라면 좀 더 그 느낌이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글의 표현에 옮겨놓은 것 같은 색채를 지울 수 가 없었고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느낌을 반감시켰음을 어찌할 수 없다.) 그래도 경허스님의 글을 통해 스님의 마음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음에 감사한다.

  2006년의 새해가 올랐다. 비록 새로운 해를 구경가지는 않았지만 종각의 종소리를 놓칠 수는 없었다. 집에서 TV를 통해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올해는 내가 더욱 마음 밝아지는 해가 되기를 기원하였다. 올해에는 형식적으로 하는 일체의 안부를 삼가자. 내 스스로에게 묻는 안부도 제대로 못하는 한 해를 보내지는 말아야겠다. 그래도 새해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김 홍희 사진작가의 시원스럽고도 마음을 틔우는 사진들에서 이미 새해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선운사를 옆으로 지나 오른 도솔암의 마애불 사진이 이 책에 나왔을 때 명치부분의 땜빵부분에 눈이 갔다. 난세를 극복하는 비결을 끄집어낸 자리. 하지만 그것이 어찌 글로 씌여진 물질적인 것이었겠는가? 그것은 단지 몇 치의 바위를 부수고 그 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난세를 구하는 비결이 있을까? 아니 더 급박하게 내 삶의 혼미를 구해낼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한 치 앞을 보지못하는 어둔이들의 삶 속에서 떠오르는 새 해가 우리들의 앞길을 비춰주기를 바란다.

  병술년 한 해의 새해. 하지만 날마다 새 해가 아니던가? 이미 우리는 부처님의 빛의 영광 속에 놓여진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있지 않았던가? 다만 우리들의 눈이 어두웠을 뿐이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어두운 나의 눈을 뜨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삶이 돌고 돌아 나에게로 온다. 세상이 돌고 돌아 나에게로 온다. "나를 쳐라." 경허 스님의 말씀이다. 세상 누구도 나를 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세상의 중생을 구원해야겠다는 서원이 시작된다. 우선은 "나를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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