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중국일기 1 도올의 중국일기 1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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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올 선생님은 고희에 가까운 나이에도 새로운 인생의 여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분이야 말로 진정한 학자다. 국내의 정치나 사회의 보수화가 선생님의 막힘없고 광대한 사상을 펴기에 적당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선생님의 인생여정에서 만나야 하는 고구려와의 인연이 펼쳐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도올 선생님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는 패기와 모험심으로 중국이라는 광활한 대륙에 자신의 사상의 변을 쏟아내는 인연을 만드셨다. 선생님을 통해 방 안에 편히 앉아 우리의 잃어버렸던 역사의 퍼즐맞추기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며 또한 단순한 재미를 넘어 한국의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진지하고도 중요한 사유의 틀을 재구성하게 됨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한반도의 역사는 늘 뒤집혀 있었다. 즉 작은 남한 중심의 역사로 동북아시아사를 보려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단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중국쪽에서 보려고 한다면, 우리나라 지도를 뒤집어 놓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시각은 달라지게 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과거를 살았던 삼국시대 그리고 남북국시대(통일신라와 발해) 고려 조선시대를 이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적확하며 유효한 것이다. 오늘날 위정자들이 미국과 일본에만 붙어서는 균형적인 관점으로 이 땅에서 미래를 그려낼 수 없는 이유이다. 현재 남한의 최대무역국가는 중국이다. 수입최대국도 중국이며 수출최대국도 중국이다. 이러한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때 오는 한반도의 재앙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것이다.

 

  도올 선생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선 젊은 내가 더 공부해야 하는 것이 언어공부라는 것을 절감한다. 세계화시대를 살면서 우리의 삶의 무대를 각자가 더욱 넓혀갈 수 있는 첫번째 무기가 바로 언어이다. 그가 연변대학에서 강의를 수락하고 그 인연으로 고구려사를 만난 일이나 중국 대륙의 곳곳에 자신의 사상을 퍼져가게 만드는 인연이 젊은 시절부터 고군분투하며 쌓아온 언어공부가 큰 힘이 되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수많은 번역서를 읽어오면서 나 역시 번역가의 그 분야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그 책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고 그러면서도 그 책이 주는 메세지의 응결핵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느낄 때가 많았다. 더구나 한국의 언어는 중국의 한자와 중국어와 끊임없이 상호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발전되어왔으니 중국어는 우리 스스로의 뿌리를 아는 데에도 꼭 필요한 공부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도올 선생님의 항일독립운동사 10부작을 모두 보면서 선생님의 인연이 첫 단추를 여기서 달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항일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개탄하였다. 또한 북한산자락에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는 항일독립투사들의 무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묘앞에 섰을 때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들이 바랬던 것은 세간이나 국가의 인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독립이었을 것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영웅적인 희생 위에서야 우리들의 오늘의 삶이 가능했던 것이고 그들에게 대한 바른 역사적 평가 위에서야 바른 오늘날의 삶이 가능한 것인데도 우리의 역사는 자꾸만 이 길에서 멀어져만 가고 있다. 세월호와 사자강비리 그리고 교과서 국정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어긋난 기초 위에서 자꾸만 비뚤어져 가고 있다.

 

  고구려사를 그저 근대적 국가개념으로 우리 땅이니 너네 땅이니 하는 천박한 관점을 버리고 우리는 우리식의 고구려사를 통해 고구려인이 가졌던 기상과 그 무대의 역사를 통해 웅혼함과 지혜를 배우고 또 중국은 중국의 변방역사로서 무시할 수 없었던 고구려사를 통해 중국의 저력과 저변을 넓혀가서 서로 대인배의 모습으로 역사를 마주하게 될 때 비로소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이익과 성장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통일한국을 대비한 양국이 더욱 더 공동번영과 평화공존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미리가 본 역사의 길목에서 도올 선생님같은 분의 역할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시원시원하며 호방하다. 도올 선생님의 강의가 그러하듯 그러한 통쾌 명쾌 상쾌함이 책 속의 저변에 그대로 흐르고 있고 일기형식을 취하여 누구나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동서양과 중국과 한국의 어제 오늘 내일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우리 조상의 무대였던 고구려사와 항일독립투쟁사에 대한 무한하고 깊은 애정이 베어 있다. 그 땅위에서 한 민족으로서 또 다른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서 그러나 역사의 무대 위에서 변함없이 땅에 의지하고 땅을 지키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있다. 그 삶은 오늘날 우리가 깊이 이해하고 품어야만 하는 우리의 역사이며 또한 우리의 미래인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의미가 그만큼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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