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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자사전
김윤정 외 지음 / 경인문화사 / 2015년 7월
평점 :
한국도자기 관련 책을 읽어보면 예시로 드는 기물들이 대체로 비슷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3대 사립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기물이거나 국보 또는 보물로 등록된 기물들...하지만 이 책은 그간의 한국도자책자와 다른 면들이 보인다.
우선 한국도자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나다라 순으로 편찬된 이 책은 시대와 상관없이 자신이 알고 싶은 용어를 중심으로 찾아보기 쉽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도자사 책을 구성한 것은 한국에서는 최초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한국에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는 기물들을 최근의 발굴성과를 통해 또는 외국에 소장하고 있는 기물들의 조사를 통해 비교적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도자 제작관청이나 사용관청에 대한 기록이 기물에 남아있는 것을 비록 기물의 완성도가 낮다 하더라도 도자사적 관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되면 기술하여 한국도자사의 영역을 넓혀 주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부분은 한국도자사를 분류할 때 고려 청자, 철채 청자, 흑유청자. 상감청자 그리고 조선 분청사기, 백자, 청화백자, 상감백자, 철화백자, 진사백자 등의 단순한 분류에 그쳤던 도자사를 보다 풍성하게 하였고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청자도 상감 및 비색청자 말고 다른 다양한 색채와 불의 환연염의 차이에 따른 기물의 소개와 더불어 조선 중기 백태청유자에 대한 정리와 경주, 진해, 동래, 의령 등 각종 지역명이 새겨져 있는 기물 등을 통하여 우리의 도자사의 지도가 보다 확장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지 한국도자사만 정리한 것이 아니라 그와 유사한 시기의 중국와 일본의 도자제작기법이나 기물을 비교하게 함으로써 세계 도자사에 흐르는 기풍과 유행을 보게 하고 그 속에서 서로 각 국 사이에 오고간 교류와 영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상감기법은 중국에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청자와 중국 송나라 용천요의 청자색의 빛깔의 유사함이라든지....길주요에 나타난 문양의 고려와의 유사성이라든지... 중국의 청화백자와 조선의 청화백자의 영향과 유사한 점, 그리고 차이점에 이르기까지.... 이 삼평이 일본에 건너가 아리타지방의 일본도자산업을 부흥시킨 점이라든지...등 등 한, 중, 일의 도자사와 관련한 교류와 영향에 대해 체계적이고 자세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시선을 넓혀서 우리들로 하여금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이다.
한편 아쉬운 점은 우선 도판의 사진이 조금 더 크고 선명하게 제작되어 도자기의 질감과 색감을 충분이 느낄 수 있게 하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비록 도판이라 실물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지는 못하지만 도판의 질에 따라 눈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민간이 소장하고 있는 도자에 대해 보다 폭넓고 도자사의 공백을 메우는 수용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같은 시기 중국이나 일본의 도자기법과 유행도 보다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도자와 관련한 여러가지 논의와 도자명칭에 대한 용어까지 이 한권으로 어느정도 만족시켜 줄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