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외로움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밤은 어둠을 견디어야만 했다
어느 날 밤은 어렴풋이 밝아오는 새벽의 발소리에 생각을 멈추었다
새벽은 그 조용하고도 은은한 빛으로 밤의 온몸을 감쌌다
밤은 자신의 주위를 점점이 빛으로 밝혀오는 여명에 젖었다
밤은 새벽의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밤은 새벽을 사랑하고 만 것이다
밤은 매일 새벽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벽을 볼 수 있는 것은 순간뿐이었다
모든 것을 다바쳐도 만날 수 없는 새벽을 기다리며
왜 하필 너였을까
왜 하필 너였을까
밤은 좌절했다
밤은 밤새도록 좌절했고 또 좌절했다
그 깊은 좌절의 어느 날
밤은 깨달았다
새벽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사위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어둠 속
이미 곳곳에 깃든 새벽을
그는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 밤과 새벽은 한 순간도 떨어졌던 적이 없음을
이제 그는 알고 있다
밤과 새벽이 교차하는 출근길에서...용욱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