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 -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
자크 아탈리 지음, 주세열 옮김 / 에디터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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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사회의 사회민주주의 정책들은 지난 90년대 이후 퇴보하고 있다. 공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노동자의 근로의욕의 상실, 비효율성의 증대, 정부의 재정 적자와 국민들의 조세회피 등 산적한 문제들이 드러나게 되면서 유럽의 사회복지제도도 후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자본의 세계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인간의 삶은 더욱 상품과 시장의 논리에 의해 각박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 삶의 모든 경험들을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며 심지어는 육체의 모든 대체물도 돈으로 구매해야만 삶이 성립할 수 있는 환경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사회도 보수화의 움직임과 더불어 이젠 사회당의 정책이 우파 자유주의자들과 구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것은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노인들이 자신들의 자금을 금융자본을 통해 수익을 얻게 됨으로써 세계화에 편승하는 식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아프리카계 이민자들과의 사회적 불화를 현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억압함으로써 더욱 깊은 골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에 희망을 걸고 있고, 그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그는 인간적인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란 시장사회에서 상품사회로 가고 있는 전세계적인 자본의 지배력을 억제시키자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아가서 그것은 자본에 의한 상품화폐관계를 벗어난 무상제공의 서비스와 재화의 영역을 형성시켜서 자본화와 상품화에 내맡겨진 인류의 삶이 지속가능하고 생명의 길로 나아가자고 한다. 상품화될 수 없는 영역들을 비 상품화의 영역으로 존속시켜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을 남겨두자고 한다. 그래야만 무분별한 상품화와 자본의 세계화로 인한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탁월하고도 유럽적인 대안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안에서 나는 시장과 화폐 그리고 자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어느 정도 결여되었다고 본다. 그가 책에서 말하듯이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실패한 이유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영기업이 실패한 이유, 경제의 조정자로서의 국가의 역할이 실패한 이유, 관료제의 문제, 민주주의의 실패와 그 대안의 제시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래 사회에 대한 대안은 현실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비판에서 출발하여 현실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는 미래사회의 대안적인 요소의 씨앗을 보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방향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의 건전한 부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시장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 속에 시장의 한계가 거론되어야 하며 민주주의의 문제, 사회적 대합의의 문제도 나와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상상력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멋진 대안이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씨앗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는 유토피아란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없는 이상적인 세계에 불과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적 환경과 문제점들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기심과 탐욕의 마음이 드러나 자본과 상품을 만들어낸다. 인간이 바람직한 사회를 꿈꾸기에 앞서 우선 인간의 마음이 정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세계는 우리들의 마음이 모아져서 현상화된 세계이기 때문이다. 시장이든 국가이든 자본주의이든 민주주의이든 그것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것을 인간적이고 생명적인 것으로 만드느냐 비인간적이고 죽음의 것으로 만드느냐는 우리들의 마음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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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7 0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5-12-1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영혼의 의자, 저도 읽다가 말았습니다만 결국 두 날이 모여야 종이를 자를 수 있는 가위가 되듯 인간사의 문제도 물질과 영혼의 두 날이 만나야 비로소 그 해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감입니다.

aizzang 2006-11-2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제가 읽기로는 아탈리는 시장을 넘어서는 것을 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아탈리는 다소 결정론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시장에 대해 부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계약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 아닌...무상제공과 같은 방법을 주장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양질의 시간'은 결코 시장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죠...(흉내야 가능하겠지만...^^a)

달팽이 2006-11-21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상제공의 공동체나 자본의 성격을 배제한 새로운 화폐제도라고 할지라도 우리들의 마음 속의 이기심과 탐욕을 버리지 못하면 그것은 또 다른 '시장'이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장을 전면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장에서 비인간적인 것을 걷어내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드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세상 모든 것을 비시장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없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만도 않은 세상의 인과법칙에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찾아야 할 대안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