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유물
옥태권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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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의 유적, 유물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살아난 이야기이다. 유물이 갖고 있는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대신해서 지역의 작가들이 나섰다. 유물의 이야기에서 역사와 허구라는 두 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오가면서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유물은 스스로 말한다. 흙과 물과 불이 만나 그들의 제작과정 속에 그것을 만들었던 도공의 삶, 그 도공의 삶을 규정했던 시대까지 담아내어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은 또 하나의 창작행위임에 분명하다.

 

   '능소화'라고 하는 소설이 있었다. 수백년 전 조선시대의 무덤에서 나온 한 여인의 편지는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고 그것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작가는 마치 그 시대의 여인을 빙의한 듯한 모습으로 그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소설은 마땅 이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정서를 또는 주인공의 삶을 마음으로 대리체험하는 것, 또는 배역을 맡은 주인공이 그 배역의 사람으로 잠시라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부산지역에서 강진의 최상청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청자 마상배를 갖고 시집온 여인의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부산의 유물 유적이 아닌 것을 문화교류의 측면에서 결혼으로 풀어냈다. 선사시대 유적지에 그려진 고래사냥 그림으로 유추해낸 고래잡이 사람들의 삶이 영도를 터전으로 펼쳐지기도 하고 조개목걸이와 팔찌를 한 여인의 이야기가 유물 속에서 풀려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역사적 유물을 근거로 착안하여 짧은 소설을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우리 부산 지역의 유물과 유적 나아가 문화재까지 애정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소설사에서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도 볼 수 있다. 지역을 사랑하고 그 지역의 역사까지 거슬러올라가 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겨진 유물을 통해 되짚어간다는 것은 확실히 사실과 허구사이를 외줄타듯 아슬하게 오가는 풍경을 눈 앞에 그린다.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인지 이야기인지 잠시 꿈을 꾼 듯 아련하게 생각하다가 다시 유물을 보게 되면 그 사물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역사를 이렇게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하면 특히 배우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재미있고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유물은 박물관을 통해 다시 찾고 그 의미와 그 조상들의 삶을 그려보는 것이야말로 남겨진 유물 유적을 받아들이는 바른 태도는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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