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마당에 사철 감꽃 져내리는 감나무가 한그루 있었네

사마귀 대가리를 쳐들듯 분에 차서 들어오는 식구들

흙으로 빚은 얼굴을 하고 사흘 내내 내리던 흙비

내 어릴 적 마당에 사철 불 꺼진 가죽나무가 한그루 있었네

늙은 누에처럼 기어가던 긴 슬픔들

조왕신을 달래러 밤새워 뜬 달

이제 모두 내보내니,

사립 하나 없는 문으로 들어와 복사뼈처럼 들어앉아 있던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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