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카페
크리스토퍼 필립스 지음, 안시열 옮김 / 김영사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철학은 인간 존재와 삶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질문이다. 대학 시절 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놓고 철학책읽기는 나에게 있어 나를 들여다보기 위한 중요한 렌즈였다. 하지만 철학공부에 들어가기에 앞서 놓여진 무수하고 어려웠던 서양철학자들의 사상과 어려운 개념들은 거대한 벽처럼 나를 가로막고 섰고, 나는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인채 돌아서야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즈음 대학에서는 철학과의 형편이 어렵다. 세계화와 실업난으로 취직이 안되는 철학과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원인을 사회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적어도 철학이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시키지 못한 철학교수들과 철학자들의 몫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난해한 개념과 고상한 표현들로 얼룩지고 특권화된 대학의 울타리에서 그들은 사회로 인간의 삶으로 파고들려는 노력을 게을리했음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하리라.

  여기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삶과 자신의 존재에서부터 출발하여 철학하기의 새로운 방법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한 젊은 철학자가 있다. 크리스토퍼 필립스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철학의 울타리를 부수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초등학생들과 일반 시민, 노동자, 교수, 교사, 엔지니어, 노인들과 회사원, 경영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과연 철학하기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에 대해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통해서 접근한다. 그가 가진 사회적 지위나 부는 내던지고 오직 그 사람의 사유만으로 진리에 도달하려는 노력은 신선하다. 또한 철학하기란 우리에게 낯선 생각들을 보다 잘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들이며 때로는 초등학생들의 사유와 상상력이 더욱 깊은 진실에 가까울 때가 많음을 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한 카페의 대화에서 볼 때 우리들은 진리를 향해 노력에 의해 보다 가까워질 수 있으며, 그것은 어떤 고정화된 진리나 대화의 결론을 상정하지 않을 때에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된다. 소크라테스 카페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운 자신의 생각을 한 주제에 집중시켜서 말할 수 있으며 특정한 두 사람이나 소수의 논쟁으로 만들지 않으며 질문의 내용 그 자체와 주변의 질문들에 대한 다양한 사고를 공유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생각이 검증받거나 때로는 부서지는 과정을 통하여 보다 주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짐으로써 보다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됨을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무지를 통한 자신의 이해는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더욱 열린 생각을 갖게 하고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도 어느 정도 인정하듯이 사람들간의 사유의 교환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진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이 주는 큰 교훈이 바로 자신에 대해 존재에 대해 물을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질문에서 또 다른 질문을 도출해내는 능력과 자신의 무지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한 물음이 커지고 커져서 결국에는 내가 물음 그 자체가 되도록 만드는 훈련과정이 소크라테스 카페가 가지는 의미는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인간은 결국 물을 때에만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신의 변화를 통한 보다 깊어진 인식과 통찰력이 삶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친절하게도 소크라테스 카페를 열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인 조언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철학의 저변 확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인간이 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게 되고 따라서 자신의 삶을 더욱 소중하고 의미있게 가꾸게 하기 위해 나아가 우리 사회와 세상의 의식수준의 성장과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제 2의 3의 소크라테스 카페가 세상 여기저기서 열렸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지구상의 작은 나라 한반도의 끝 이 곳에서도 모습은 달라도 그 동기가 같은 모임이 있고 나는 그것을 통해 삶의 길을 진리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나에게 진실로 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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