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죽어야 사는 것이다
물보라를 이루며 산산조각으로
떨어지고 또 떨어져 죽어야
사는 것이다
떨어져 죽어도 울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
떨어져 죽어도 뒤돌아보지는
어머니를 부르지는
더더욱 말아야 하는 것이다
저 푸른 소에 힘차게 뛰어내려 죽지 않으면
저 검푸른 용소에 휩싸여
한 천년 부대끼며 함께 살지 않으면
흐를 수 없는 것이다
흐르는 물처럼 살 수 없는 것이다
산과 들을 버리고
밑바닥이 되어 멀리 흘러가지 않으면
흐르는 물처럼 언제나 새롭게
살 수 없는 것이다
- 정호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