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무엇인가?
문득 돌이키어 존재의 꼬리를 쫓는
보일듯 보일듯
그러나 희뿌연 연기만이 허공에 가득차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
더듬더듬 걸어가는 저 길가에
노파가 앉아서 가야금을 켜는데
줄없는 가야금에서 나는 소리라
여보게 나그네
여기 와서 앉게나
뭐 그리 바삐 걸을 이유라도 있나
세상 끝이라도 가려는 것인가?
내 가야금 곡조 한곡 들어보게
이게 바로 내 인생이라네
곡조 소리에 눈을 감고
선율을 타고 깊이 깊이 내려가는데
아, 무엇인가?
온우주가 그 선율 하나로 가득차는데
그 천상의 선율을 따라
우주가 춤을 추네
문득 주위 고요해지고
눈을 뜨고 보니
노인도 가야금도 간 곳 없네
가슴은 아직도 가야금 선율에 떨려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