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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사티쉬 쿠마르 지음, 정도윤 옮김 / 달팽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소 훔"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이다. 이 말은 모든 것이 서로 의존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 인생의 부조리한 측면을 보거나 대할 때 우리는 그것의 원인을 외부적인 현상에서만 찾고 있는 것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함을 말한다. 우리가 심지어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조차 그것은 우리들의 생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말하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부패한 정부관료가 재벌과 결탁하여 반민중적인 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노력과 사회운동을 할 수 있고 또 시의적절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진정한 원인을 그들의 이기심과 탐욕 또는 사회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에만 맞추게 됨으로써 우리 내면에 도사린 이기심과 탐욕과 뒤틀린 욕망을 보지 못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모순구조를 만드는 씨앗임을 알지 못한 채 남들만 탓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런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운동의 중요성은 바로 부조리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적들에 대한 태도로써 비폭력과 용서와 자비를 강조함으로써 우리 내면 속에 자신마저도 제대로 알지못하는 드러나지 않은 이기심과 탐욕의 DNA를 바로 보게 만들고 그렇게 현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은 하지만 인연이 만나 그런 사회적 모순을 만들어내는 보다 근본적이고 잠재된 문제점이 바로 우리 내면에 있음을 바로 보라고 한 데 있다. 그래서 "소 훔"을 바로 볼 수 있는 내면적 눈뜸이 생길 때 비로소 간디의 비폭력을 진정한 내면적 깨달음과 용기에 의해 실천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사티쉬 쿠마르는 전 세계를 걸어다니면서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는 방법으로 비폭력과 간디의 사상을 전파하는데 일생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는 세상이 보다 평화로와지기를 바란다. 크리슈나무르티, 슈마허, 비노바바베, 버트란트 러셀, 마르틴 루터 킹, 반다나 시바 등 인류의 지도자들과 만나면서 자신의 사상을 채워가고 그들과 평화에 관한 생각을 나누면서 지구 위에서 평화의 날을 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류가 만든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지구의 자정능력을 능가하는 경제개발이 인류전체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적정수준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자연친화적 삶, 평화와 영성의 삶을 강조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그를 포함하여 간디의 사상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 의해 비폭력과 평화적인 삶을 향한 사회적 실험과 모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어떤 공동체의 규율에 의해 강조되어진 것이 아니라 간디와 모든 종교의 주창자가 대부분 그랬듯이 존재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영성적인 삶으로부터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간디를 추종한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이 닿지 못하면 그를 닮은 수많은 모습들이 다 거짓이 되고, 간디가 누군지 모르고 일생을 살아도 자신을 제대로 보고 그 깨달음과 성찰에서부터 비폭력과 평화적인 삶을 사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간디의 삶과 사상을 실천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그대는 과연 누구인가? 늘 나의 현존을 드러내는 존재,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 이는 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는 것을 볼 때 갑자기 신비로워지는 세상을 보게 하는 존재, 해지는 서녘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내 안의 경건함을 찾게 하는 존재 그대가 있음으로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