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허물만 벗어두고 어디 갔나
참 희한하네, 눈도 더듬이도
부직포처럼 달라붙던 그
미세한 발톱도 고요히 벗어두고
너는 어디에 갔나
느티나무 밑동을 기어올라
손가락 마디볻 작은 저 적멸궁
원, 세상에 문하나 등피에 열어두고
바람이 아니고서는
그 속을 돌아 나올 수 없다
빛이 아니고서는 한 치도 발들여
놓을 수 없다
이도 저도 아닌 나로서는
한 참을 들여다보기만 하는데
마음에도 피가 있고 점액질이 있는지
관절이 소리없이 들썩이고
바람에 뜯겨지는 아,
저런 허공의 막 속에도
누가 살아 숨쉬는 것만 같고
나 전사되었나, 매미 소리
허공에서 듣는 육체의 은빛 아우라
딴 세상같네
- 이 희철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