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함께 읽는 일본 문화 이야기 - 안방에서 세계여행-제노포브스 가이드 유시민과 함께 읽는 문화이야기 16
유시민 편역 / 푸른나무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에 가기 전에 읽는다는 것이 손에 들었다가 잡다한 사정으로 보지 못하고 짧은 일본 여행을 끝내고 그 기억이 아직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때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었다. 사실 내키지 않는 관광상품으로 일본을 그것도 큐슈지방을 둘러보고 왔기 때문에 그다지 일본 사람과 문화에 근접하게 부딪힐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호텔에서 상점에서 휴게소에서 그리고 달리는 차안에서 내다본 일본 도시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본인들의 문화와 의식을 간명하고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에 이어서 유시민의 또 다른 편역서를 읽게 되는 셈인데 어쨌거나 유시민 특유의 치밀하고 섬세한 그러면서도 나름대로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사유공간을 여기서는 만날 수가 없다. 말그대로 이 책은 일본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는 또는 몇 번의 방문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오해와 실례를 줄이고 일본에서의 짧은 생활을 무난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의식과 무엇이든 정돈되고 단정하고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생활방식들이 잘 설명되고 있는 한편 그러한 문화 속에 신세대들의 서구적 미와 가치에 대한 무분별한 추구와 성의식의 혼란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다. 특히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전적인 희생과 겸손을 형식과 예의로서 요구하는 문화 뒤에 그들의 자기성찰적인 장점과 더불어 개인을 촘촘하게 에워싸고 구속하는 관계망의 무거운 사슬과 자신의 적성과 개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의 좌절, 책임감에 눌린 의무감이 삶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는 점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새롭게 자위대를 재편하고 제국주의적 기질을 형성해가고 있는 일본의 국가의식이 다시 일본 국민의 의식과 문화를 어떻게 구속하고 억압시킬 것인지, 곧 도래할 노령화사회에 대한 대비와 그 부족함이 초래할 사회적 현상과 문화의 변화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일본 사회 내에서의 비판적 목소리와 대안적 삶을 찾는 사람들의 이상과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일본 사회의 변화 궤적을 어떻게 바꾸어갈 것인지에 대한 의문들이 남는다.

  미리 읽어 두었더라면 온천에서의 예절과 일본인과 마주쳤을 때의 간단한 예절을 펼칠 수 있었는데, 아무런 의사소통도 할 수 없이 마음만 전달하고자 했던 내 모습이 조금 아쉬웠다. 언제 또 가게 될 지 모르지만 다음 기회엔 방문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하고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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