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능은 기량이 없어서

온갖 생각들을 끊지 않는다.

경계를 대하면 마음이 자주 일어나니

보리가 어떻게 자라겠는가.

 

어떤 사람이 육조 혜능의 게를 외우며, 스스로 뜻을 얻었다고 우쭐거리면서 몸과 마음을 방탕히 하고 어디에도 걸림이 없이 굴었다.

그러자 어떤 거사가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이 게송은 대사가 와륜 선사에게 사상의 병을 끊게 하려고 약으로 쓴 것이다. 그대는 이런 병이 없으면서 함부로 이 약을 먹었으니 약이 도리어 병이 될 것이다."

멋지다. 이 말씀이여!

이제 다른 비유로 말하리라. 육조가 '온갖 생각들을 끊지 않는다.' 함이 '밝은 거울은 어떤 형상도 거부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온갖 생각들을 끊지 않는다.'함은 흰 비단이 온갖 채색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육조가 '경계를 대하면 자주 일어난다.'함이 '빈 골짜기가 소리를 만나면 메아리가 일어난다.'는 뜻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경계를 대하면 마음이 자주 일어난다'함은 '고목이 불을 만나면 연기가 일어난다'는 것과 같다.

자신을 헤아려 보지 않고 스스로 성인에 부합하려는 사람은 조용한 곳에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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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8-16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서 주굉 스님의 책을 저도 두어 권 읽었는데, 어떤 이야기는 꽉 막히지만, 어떤 이야기는 나름대로 이해를 합니다.(착각이겠지만) 그런데 지나보고 또 읽으면, 꽉 막혔던 이야기가 묘가 있고, 이해를 했던 글은 오해였음을 알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반가운 책을 만난 반가움에 몇 자 적습니다. 방학 잘 보내세요.

달팽이 2005-08-1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성인의 경지에 대해 모른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살아간다면 세월의 흔적 묻어 지혜가 열릴수록 다른 의미로 와닿는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방학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군요...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