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방인'을 다시 읽었다. 나는 뫼르소를 조금은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내가 읽었던 이방인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그의 성격과 가치관에 대해 아니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조차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방인을 읽었지만 그것이 왜 사람의 감정을 울리게 하는 것인지 몰랐고 왜 그렇게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고 감동을 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정서님의 이방인을 읽고서야 비로소 나는 뫼르소란 사람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뫼르소는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복잡하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한 군상이 아니다. 그는 친절하고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평범하고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말을 불필요하게 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그래서 자신의 표현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행동이나 말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사람들이 그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두리뭉실한 또는 어렴풋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의 행동의 동기와 마음에 대해 오해하게 한다. 그러나 글을 따라 읽어갈수록 그가 마리나 레옹 그리고 살라마노 영감을 대할 때 그의 마음이 그들에게 따뜻하게 열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와 만나는 모두가 그에게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꼈고 또 사랑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을 사로잡던 강렬한 태양은 그 사람의 칼을 통해 그에게 왔고 그 상황을 참을 수 없었던 그가 우발적 살해를 한 것은 이 이야기의 본격적인 전개의 출발점이 된다.비록 그가 사람을 죽였지만, 표현을 싫어하는 그가 세상과 사람을 얼마나 내면으로 깊이 수용하고 있었던가를 보여주는 일면이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사회적 필요나 권력적 필요에 따라 이용하기 쉬운 사람이 바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다. 재판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시키고 또 한 인간의 본성을 왜곡시켜 결론을 엉뚱한 곳으로 이르게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 그가 사제의 행동과 말을 거부했던 점. 그리고 항소를 포기하고 잘못된 판결의 결과를 수용하면서 그가 보여준 내면적 과정은 그가 인생의 끝에서 어쩌면 삶과 죽음을 교차하는 어떤 깨달음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쫓아내고, 희망을 비워낸 것처럼, 처음으로 신호와 별들로 가득한 그 밤 앞에서, 나는 세계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스스로를 열었다. 이 세계가 나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마침내 한 형제라는 것을 실감했기에, 나는 행복했고,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위하여 내가 혼자임이 덜 느껴질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유일한 소원은 나의 사형 집행에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삶의 마지막에 가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응시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탐구해서 비로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가 죽은 결과는 이미 아무런 중요성도 갖지 못한다.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비로소 종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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