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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넓다 - 항구의 심장박동 소리와 산동네의 궁핍함을 끌어안은 도시
유승훈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평점 :
외지인으로서 부산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하면서 부산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그는 부산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 부산토박이보다 더 많은 호기심과 애정으로 부산을 조사해나갔다.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안 것은 부산일간지에 게재한 그의 글을 통해서였다. 동천에 대한 기사였던가? 글을 읽으면서 재미있고 쉽게 줄줄 읽는 동안에 부산지역의 몰랐던 사실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자연스럽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아보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부산은 항구도시다. 그래서 부산은 배를 삶의 터전으로 사는 뱃꾼들의 삶이 어린 곳이다. 그 배와 항구를 문화적인 면에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시작하여 1950년 6.25동란의 피란민들의 애절한 가족애와 고달픈 삶을 '굳세어라 금순아' '라구요'라는 노래를 통해 우리들에게 그 시대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영도대교의 건설과 그 대교에 얽힌 피란민들의 삶의 애환은 눈물이 자연스레 흘러내리게 만든다. 어려운 피난생활에서도 그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려 했던 시대와 시민들의 삶이 보였다.
내가 요즘 관심을 갖는 부산의 산동네 이야기도 있다. 일본인들의 화장장과 장례터가 있던 '까치고개'가 사람들의 죽은 시체를 파먹던 까치들이 많이 모이던 곳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신동에서 민주공원과 초량 위 범일동까지 이어지는 산복도로 또한 전쟁 때의 피란민들의 삶의 애환이 함께 한 곳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산은 전쟁통에 임시수도로서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광복동의 거리와 다방을 무대로 한국 문화의 메카를 형성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으며 부산은 여러 모로 많은 역사적 상처와 영광을 동시에 가진 공간이었으며 육지와 바다의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비록 부산토박이는 아니지만 연구자로서 연구대상에 대한 애정과 그 속에 자신의 삶을 놓을 줄 아는 저자의 애정과 관심 그리고 솔직함과 연구자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도 부산사람으로 부산에서 대부분의 인생을 보내온 우리들에게 많은 자부심과 부산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노래방 문화와 송도해수욕장과 해운대해수욕장의 역사와 온천장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은 우리들이 볼 수 없는 풍경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그 역사의 지층 위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더욱 깊은 역사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자존심과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10여년 동안 그의 연구가 부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기간동안 나는 부산의 산복도로와 바닷가 그리고 부산의 옛 흔적에 관심을 갖고 찾아다니고 걸어다녔다. 학생들이랑 다니면서 그들이 느끼기도 못느끼기도 한 부산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나의 이해는 더욱 깊어져갔고 그 애정 또한 깊어져갔다. 나는 산복도로전이 열리는 백산기념관을 보기 위해 서대신동에서 시작되는 산복도로의 출발점에서 한 나절을 보며 산복도로에서 펼쳐진 항구도시의 부산과 영동풍경과 새롭게 단장된 산복도로의 모습과 그 속에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평범한 삶과 그 가파른 계단과 그 속에 자리한 역사터와 문화터 그리고 부산이라는 공간성의 이미지를 그려갔다.
이제 나는 부산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살아가는 도시의 아름다움과 그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눈을 뜰수록 이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나의 정체성 또한 더욱 뚜렷해지는 것이므로 난 이 책 한 권을 통해 그가 보여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