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가 되고 싶었다.

길이 저만큼 보였고

숨이 가빠졌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용기가

모자랐던지, 아니면

발목을 잡는 힘이 만만찮았던지

걸음은 날마다 비틀거렸고

길은 갈수록 멀어만 갔다.

 

이제 반백이 되어

성자되는 꿈을 차분히 접어 두고

아아, 나는 한 마리 순한

짐승이 되고 싶을 뿐이다.

성자의 길도 버리고

의인의 길도 버리고

그냥 착한 아무개로 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

 

언제고 이 가난한 꿈마저

고요히 접어

맑은 한 줄기 바람처럼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 이현주 목사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