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읽기다.
그리하여 다시 나의 삶읽기다.
선현의 글을 대할 때에는
먼저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제 그릇도 못되면서
여우같은 의심을 내면
책읽기가 글의 깊은 뜻을 떠나
제 생각을 굴리고 굴려서
헛된 망상으로 흐르기 쉽다.
그렇다고 너무
성현의 글에만 매이게 되면
제 소리를 못 읽고서
글읽는 공부의 뜻이
교조적인 것에 매이게 된다.
그래서 우선
제 마음을 가라앉혀
빈 마음을 만들어야 하며
그 마음으로
글 속에 담긴 현묘한 이치에
닿아야 한다.
글읽기가 그러한 지점에 와서
선현의 글을 더욱 자유롭게
읽어낼 수 있게 되고
그 글 위에서 노닐 수 있게 된다.
무릇 공부가 글을 떠나고
자연을 격물하고
사람과 교우하고
삶을 살아내는 데까지 가야
바른 공부의 도리이지만
이렇듯 그 출발을 글로써
시작할 수밖에 없는 바에야
글이 주는 의미의 끝까지
가봐야 하리라
성탄절에 나는
나대로의 성탄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