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하이쿠, 5-7-5의 음절로 이루어진 한 줄짜리 정형시를 일컫는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로 유명하다.  수백년전 일본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하이쿠 시를 쓰는 작가가 백만명 정도라고 추산된다.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 바쇼와 이싸와 부손은 각기 다르다. 바쇼는 고행자, 구도자적인 성격을 지녔으며, 부손은 화가와도 같은 원근감과 시공간 배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싸는 인간주의자.

  하이쿠는 가장 압축된 글로 쓴 시이다. 그 압축된 글 속에 인생과 우주를 담아내는 시를 접하고 있으면 나는 깜짝 놀라고 만다. 아! 하이쿠는 단순한 시가 아니구나. 그것은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속으로 우리들의 삶속으로 이 우주의 심장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것은 영혼을 울리는 선율이며 가슴을 뛰게 하는 그림이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가지 위에서 아직도 벌레가 노래를 하네"

"나비 한마리 절의 종에 내려 앉아 졸고 있다"

"밭에서 무우를 뽑아든 사람이 무우로 길을 가리켜 보이네"

"꽃잎 하나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가을 달빛 속에 벌레 한마리 소리없이 밤을 갉아 먹는다"

"한 번의 날카로운 울음으로 꿩은 넓은 들판을 다 삼켜버렸다"

"한 낮의 정적, 매미 소리가 바위를 뚫는다"

  설명을 해서는 안된다. 함부로 입을 열어서도 안된다.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게 해야 한다. 살아있는 존재의 생동감이 나의 마음에서 일으키는 일들을 필연의 압축어를 통해 한 자도 버릴 것 없이 써내려간 글이어야 한다. 하이쿠를 보는 자는 말문을 닫는다.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그저 느낄 뿐이다. 촌철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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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5-1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정형시는 번역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이쿠는 번역해 놓고 나면 김빠진 맥주가 되어 버리고 말거든요. 영어의 소네트도 마찬가진거로 말이죠. 저도 외국어를 잘은 못하지만, 역시 정형시의 맛은 그 나라 말의 정수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팽이 2005-05-14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그래서 원문이 실리지 않은 안타까움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