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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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 근대시에 있어서 이 사람을 빼놓고서는 말할 수 없다.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시인에 이름을 빠뜨리지 않았던 백석. 그의 책을 예전에 한 권 읽어보았으나 백석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학문적으로 한 인물을 연구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아마추어지만 그의 삶 속에 깊에 자리잡은 한 영혼을 그려내었다면 그것은 어느 이름있는 그리고 권위적인 학자나 작가의 조명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해준다. 김영진은 화가이다. 김정대라는 배호를 키운 작곡가가 그의 아버지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왼손으로 그렸다. 백혈병과 지병으로 고생하고 사형선고를 받지만 그는 백석의 시를 만나 어설픈 오른 손으로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된다. 기교와 기술을 부린 그림이 아니라 한 사람의 깊은 내면이 담긴 그림으로의 방향전환이자 그의 인생전환, 터닝포인트가 된다.

 

  그가 들여다 본 백석이라는 한 인물을 통해 나는 백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그처럼 백석을 그리고 백석의 삶을 그의 삶으로 깊이 받아들여 쓴 책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평전을 써내려면 적어도 김영진님처럼 한 사람의 내면과 영혼을 깊이 받아들이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성장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 강소천 동화작가와 백석과의 만남을 이어주었던 인연이야기와 그가 백석의 사상과 삶으로서 다시 그림을 그려내기까지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감동적이다. 기교적인 그림에 싫증나서 자신의 왼손을 망치로 찍어서 못쓰게 된 사연과 인생의 실의와 좌절 속에 시한부생명 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던 날들..... 그 속에서 우연히 만난 백석이 그에게 다시 그림의 꿈을 부활시킨 사건들은.....그의 인생에서 가장 높이 비상하는 시간들을 만들어내었다.

 

  백석은 평안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비범했다. 두뇌부터 명석함을 타고 났고 그의 시세계도 그랬다. 김소월이 깊은 한과 절망의 시를 썼다면 그는 그의 삶에서 시에서 그 절망과 한을 뛰어넘어 조국의 미래를 보았고 시대의 중심을 보았고 삶의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 김소월의 끝없는 절망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면 그의 희망은 그의 길어진 삶과 많은 문학사의 영향으로 남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시 속에 민족의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가 하는 고민과 어떻게 하면 시 속에 시대의 정서를 담아내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가 하는 고민과 더불어 어떻게 이 시대 속에서 바로 살고 시대를 보는 깊은 눈을 길러 그것을 나의 내면적 삶으로 살아내고 그 삶이 자연스럽게 시가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를 성숙시켰다. 또한 우리 글의 아름다움과 조선의 독립이 바로 언어와 정신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글을 우리의 무기로서 사용하고자 했던 그의 비전 또한 탁월한 것이었다.

 

  그는 먼 미래도 보았다. 우리가 독립되고 난 후의 이 시대를 뛰어넘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우리 글의 위대성과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시대의 아픔을 정화시키지 않고 전달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영혼을 찌들게 하고 상처받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예술가적 사명으로서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내야 하고 그 승화된 표현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사명에 충실하였다. 그의 시를 읽는 깨인 사람들은 모두 그의 깊은 정신적 세계에 공감하였으며 그을 아끼고 사랑했다. 또한 그의 정신을 그들의 예술 세계에서 계승하려 하였다. 백석이 위대한 이유이다. 우리는 역사의 유산으로서 그의 정신적 유산으로서 남은 우리 글의 아름다움과 우리 예술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시대를 마음 속에 수용했으면서도 그 아픈 시대에 좌절하지 않고 영혼이 찌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나가며 그것을 삶으로 정신으로 승화시켜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그는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그의 삶과 시를 읽는 우리가 행복한 이유이다.

 

  그가 남긴 시대적 아우라를 우리는 오래된 대중가요에서 노천명 윤동주 신경림 김기림의 시에서 강소천의 동화에서 그리고 이중섭과 박수근의 그림에서 또 나아가 보이지 않는 많은 예술의 영역에서 오늘날 만나게 된다.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극복하고 넘어갈 것인가? 백석이 남긴 시와 삶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으며 김영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의 나아갈 바를 비추어보는 거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겨울 햇살이 투명하다. 인생은 어떤 고통과 시련으로 점철되었는가보다 그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는 내면적 변화과정이 어떠하냐가 더욱 중요하다. 내 내면에서 발화를 기다리는 한 송이 꽃이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있다. 다시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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