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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이 답사의 목적은 큐슈지방에 있는 한국의 도공들의 이주역사와 일본도자사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윤용이 교수와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학생들이 이 여행에 참여하였다. 그래서 우리 고려시대의 비색 청자와 조선의 순백자와 분청사기 청화백자에 이르는 도자기의 혼들이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큐슈지방에 온 도공들의 삶과 그 도자기정신의 궤적을 밟아보는 데 있다. 흔히 한, 중, 일의 문화는 떼어놓고서 이야기할 수 없다. 그들의 역사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듯이 그들이 살았던 시대정신과 정세와 문화는 늘 교류되었고 그를 통해 공유되었으며 때로는 각자가 지닌 개성의 멋을 부리며 살아왔던 것이다.
유홍준교수는 우리 문화의 전체적인 안목으로 들여다보는 거시적 시각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도자기라든지 회화라든지 건축이라든지 전공의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미술사학의 전체적 흐름을 술술 풀어내는 데 능란하다. 늘 선생님의 책이 편히 술술 읽히는 이유가 그런 데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의 고대사에 있어서 우리는 민족적인 시각을 가짐으로써 제대로 보지 못하는 관점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한국의 고대사는 삼국의 역사라기보다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그리고 왜의 5국의 역사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어쩌면 선생님의 시각이 더욱 객관적일런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한반도의 정체성을 가진 국민국가로서 존재하니 고대사도 국민국가적인 테두리로서 읽어내려는 성격이 강하고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일본을 적국이나 외국으로만 여겼던 것은 바로 이러한 원인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백제나 가야에 있어서는 고구려나 신라보다는 더욱 가까운 형제애의 국가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그 때에야 신라는 백제를 그리고 고구려를 같은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러니 신라는 당나라와 연합하여 국토의 많은 부분을 잃으면서까지 삼국의 통일에 끌여들였을 것이고 그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내린 생존의 법칙이었음에 다름아니다. 어쨌거나 조선의 이삼평과 김태도와 백파선 등의 조선도공들은 큐슈에 정착하며 조선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신분상승과 장인으로서의 삶을 존중받았으며 그들이 정착한 일본에서의 일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조선의 자기는 제자리걸음에서 퇴보의 길을 걸었다면 훨씬 못했던 일본의 도자기는 세계에 이름을 알리며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본의 한 역사로서의 그들의 개척자적인 삶이었으며 그들의 고향에 대한 애절한 마음조차 그 땅위에서 부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이야기한다. 거기에서 그들은 한반도로부터 건너간 빛이었으나 일본의 빛이 되기까지의 전환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누가 지금 큐슈사람들을 한국 사람이라 하겠는가? 우리민족이 북방민족의 후손이듯 그들이 누구의 후손이었든지 그들만의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일본 땅에서 일군 도자기문화의 성과는 조선반도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색채의 미학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한 중 일의 도자기를 단순하게만 이야기한다면 중국은 기형 한국은 선 일본은 색채라고들 한다. 우리는 이제 일본의 색채를 배워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앞으로는 세계에서 아시아와 특히 한 중 일의 위치와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기 위한 첫 걸음이 우선 한 중 일 간의 위화감을 제거하고 상생과 상호교류를 통한 창조적 계승발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될 때에야 비로소 동북아가 무기경쟁의 위험 속에서 서로간의 견제와 두려움을 키우기보다 상호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세기의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적으로 서로의 영향에 대해 그리고 서로 지금의 입장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