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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개정판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08년 10월
평점 :
평소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갖추고 싶은 나로서는 가장 텍스트가 되는 책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도자사라든지 회화사라든지 우리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들보다는 우리 미술품 전체를 관통하는 안목으로 이를 소개해 준 책을 고르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최순우 선생님의 이 책이 다시 떠올랐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 책을 처음 만났고 그 뒤로 가끔씩 꺼내보며 우리 사찰의 멋, 우리 문화재의 멋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책으로 내게 자리잡았다.
선생님은 40여년이 된 그의 안목으로 우리 문화재에 대해 분류별로 내용별로 자신만의 개성있고 한국인들이 보아야 할 보편적이고도 깊은 안목으로 우리 문화재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신다. 누구나가 선생님의 설명만 따라가다보면 우리 미술품의 깊은 멋에 대한 매력에 폭 빠지게 된다. 미술품에 대한 아주 간명하면서도 아주 소박하고 아주 담담하면서도 우리 가슴 속 깊은 미감을 자극하는 언어들이 단순히 그의 언어적 표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 베어있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역사를 담아내었기 때문이리라. 그 누가 쉽게 한국미술의 깊은 본질과 쉽게 만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우리 문화재의 역사 속에 고유섭선생님과 간송 전형필 선생님 그리고 최순우 선생님을 문화재를 보는 또 다른 우리 문화재로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많은 침략과 동란의 역사 속에서도 살아남은 우리들의 최고의 미술품을 오늘날 만나 볼 수 있게 된 것이리라.
특히 이 책을 통해서는 나는 '죽서루', '연경당' '무량수전'의 건축물에 나타난 미의식을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건축물이 단순히 자신만의 공간이 아니라 그가 자리한 땅과 지형 나아가 주변의 지형과 자연환경까지 고려해서 전체적인 균형과 미의식을 생각해서 건축되었던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전체적인 자연스러움의 조화를 동경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미술품 해석은 또한 우리 문화나 미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고도 볼 수 있다. 자수, 회화, 공예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수준까지도 미치지 못하고 그 정신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조상들의 훌륭한 예술품에 대한 이해와 도달을 넘어서 비로소 새로운 재창조가 탄생된다는 진리를 절감하게 한다.
선생님을 통해서 문화재를 대하는 자세와 문화재에 대한 안목을 바르게 배운다. 선생님의 삶 속에서 문화재를 바라보는 한 치의 삿된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많은 문화재를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조상들의 미의식을 이리도 순박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골동품을 오늘날에 본다는 것은 그것의 돈과의 가치와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물리치며 미술품을 그대로 온전히 감상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과 눈이 없이 우리 미술품을 곁에 둔다는 것은 장님에게 주어진 그림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