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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백자 ㅣ 빛깔있는책들 - 고미술 104
김영원 글/사진 / 대원사 / 1991년 6월
평점 :
조선의 백자에 대한 구조를 잡기에 좋은 책이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의 내용으로 조선시대 백자의 시대구분, 백자의 종류, 백자의 가마터와 백자연구의 시기를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각 시대별 특징과 백자의 종류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씌여진 지 10년이 지나서 그간에 새로 발굴된 내용이나 자료의 첨가할 부분들이 계속 업그레이드 된다면 더욱 좋은 입문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선 초기에는 순백자, 상감백자, 청자들이 생산되었고 순백자는 질이 좋은 흙을 사용하여 표면이 매끄럽고 기품있는 자기들이 생산되었다. 이에 상감기법을 활용한 항아리와 그릇들이 만들어졌고 상품의 그릇들은 왕실용으로 사용되었다. 청자들은 조선시대에 와서 분청자로 생산이 많이 되었지만 백자형태로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고려시대보다는 비색이 퇴화된 느낌이 강하다. 조선 백자에서의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청화안료의 사용에 있다. 조선 초기 즉 15세기에서 16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청화백자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15세기 초반과 중엽에 이르기까지는 문양과 장식으로 도자기를 가득 채워내는 표현이 많았다고 한다면 15세기 중엽 이후에 와서는 비로소 조선의 색채를 띄면서 여백을 활용하는 도자문양이 유행하게 된다.
그러나 청화안료의 값이 너무 비싸고 중국에서 청화안료의 수출이 금지되고 또 조선에서 정조에 와서 청화백자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철화안료를 사용한 백자의 제작이 조선시대를 관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었다. 철화안료는 청화안료에 비해 그림과 채색이 어렵고 불안정하여 무늬와 모양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지만 그래도 철화로 제작된 항아리 중 포도문 항아리나 매죽문 항아리와 같은 수작들은 안료를 다루는 조선도공의 기술이 얼마나 훌륭했던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18세기에 와서 산화동을 재료로 한 진사의 사용이 활발해졌는데 이는 항아리상에는 적색 또는 연적색 적갈색 등의 색감으로 나타난다. 진사안료 역시 청화에 비해서는 모양을 내기가 어려웠지만 이를 잘 표현했고 특히 단순한 백자에 색감으로 장식할 경우에 많이 사용했고 주로 필통 연적 필세 등 문방구류의 제작에 많이 사용되었다. 이 책을 잘 활용하면 조선의 백자를 누군가 갖다 놓아도 대체적인 시대구분과 안료의 사용 그리고 작품의 수준을 어느 정도 감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페이지수가 많지 않지만 잘 정리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고려 청자는 800년 가까이 된 비색이라 그 원래색을 상상하기도 진위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또한 박물관에서 보는 청자도 부분부분 퇴색된 느낌이 다르고 색감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들이 감상하기에 또는 원래 색을 눈에 넣기에 쉽지 않는 노력과 세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서는 백자는 다양한 조선의 맛과 색감을 비교적 오래지 않은 원래의 색감 그대로 편히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상생활 서민이 썼던 자기부터 예술성이 뛰어난 왕실용 도자기까지 어떤 종류의 백자라도 눈에 쉽게 들어오고 또 살펴볼 수 있고 박물관에서도 비교적 많이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자기에 대한 탐험은 이것으로 본격적인 괘도에 올랐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