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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ㆍ청자 2
최건 외 지음 / 예경 / 2000년 4월
평점 :
고려 청자의 멋에 대해서는 책을 몇 권 보았지만 내 스스로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고려청자를 많은 도자기 중에 진짜를 골라야 하는 일은 더더욱 힘들었다. 그것은 우선 비색에 대한 체험과 체감을 통해서 그 색감을 마음에 익힌 뒤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청자에 대한 미감을 키우기 위한 사진 도판이 선명하고 잘 된 책을 고르다가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주요 고려 청자의 사진도판과 설명을 시대적 순서에 따라 배치하고 있으며 그 미술품이 가진 의미와 제작방법 이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선명하여 비색의 맛을 즐기는 책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리움미술관에 다녀왔다. 오로지 고려청자의 비색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물론 청자색도 다양하게 쓰는 재료인 토질과 유약과 굽는 온도와 산화염 방식인가 환원염 방식인가에 따라 무수히 많은 색감의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는 연록색이나 녹색 계열의 청자를 일컬어 비색이라고 부른다. 나는 국보 및 보물을 통해 비색의 원래색깔과 수백년 가까이 보존되어온 비색의 빛바램의 색들을 눈여겨 보았다. 8,900년이 된 청자는 그 부분 부분 청자색의 퇴색과 닳은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온부분 평평한 부분 그리고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의 미묘한 색감의 차이를 알 수 있고 오목 들어간 부분을 추리하여 원래의 비색의 느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두 세 번을 오가며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고려시대 청자에도 무늬나 조형에 대해 엄청나게 세밀하고도 예술적 감각이 자기에 구현된 것을 보면서 감탄했다. 물론 그 의미나 조형미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저것은 왜 보물인가? 국보인가에 대한 의문을 느끼는 것도 있었지만 이 책은 그런 이해의 틈새와 공백을 어느 정도 메꿔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초기 청자와 후기 청자의 비색의 퇴조 또한 살펴볼 수 있었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청자의 비색은 들여다볼수록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곤 했던 매력적인 색감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깊어졌다. 철화의 사용과 다양한 청자의 종류와 형태에 대해서도 이 책은 간단한 분류와 설명으로 돕고 있다.
실제 고려 청자의 색감과 종류에 대해 익히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많이 알려는 욕심은 금물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뛰어넘으면 손해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