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도자기의 아름다움
윤용이 지음 / 돌베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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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도자기를 만약 장터에서 그냥 지나치면서 보게 된다면 나는 과연 그 진위를 알 수 있을까? 한국의 내면적인 아름다움과 멋을 나는 지나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을까? 우연히 많은 골동품들을 대하게 되면서 나는 어떤 것이 진품이고 어떤 것이 가품 또는 모조품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강하게 일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조선시대 왕실용으로 보이는 용문투각필통과 육각문필통이 왜 청자빛을 띠는 지에 대해 궁금했고 어느 시대의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궁금증을 풀었다.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은 여러 예술품에서 볼 수 있다. 벽화에서도 그림에서도 다뉴세문경에서도 건축물에서도 성덕대왕신종이나 석굴암과 불국사 등 ..... 많은 미술품들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가장 가까이 존재했었고 또 삶의 가장 밑바닥을 함께 했던 도자기는 지금 가장 많은 유물들이 남아 있고 그 종류와 수도 많아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자기를 눈 앞에 두고서 천천히 완상하고 음미하여 그 색과 조형감에서 스스로의 안목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시골 장터에 그냥 아무렇게나 있는 보물들도 그냥 지나쳐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도자기를 안다는 것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 일본 나아가 세계의 도자기 문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되며 또 한편으로는 한국적인 역사적 상황과 도자기의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조건 등을 살펴보아야 더욱 이해가 깊어진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청화안료의 유행과 그것을 구하기 힘들었던 조선의 철화나 진사를 재료로 한 도자기의 이해도 필요하고 고려 불교의 전성기를 거친 다음에서야 비로소 무늬나 색깔없는 흰 항아리의 선적 요소나 분청사기의 우연적 순간적 자연적 터치가 빚어낸 미학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도자기는 그 도자기에 체현된 시대적 사상의 총체가 되며 시대적 인간 삶의 총화가 되는 것이다.

 

  몇 권의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한국 도자사의 간략한 구조를 알게 되었고 또 도자기를 눈 앞에 두고 이것은 초기의 청자인지 중기인지 후기의 상감기법이 들어간 청자인지 알게 되었고 또 분청사기인지 백자인지 초기 백자인지 철채안료인지 진사안료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굽의 형태에 따라서도 대체적인 시기 파악이 가능하게 되었고 기형의 시대적 배경과 시기적 구분도 대략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이 책이 그만큼 한국 도자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내겐 유용했다는 점이다. 아직 청자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경험이 없이 사진자료만으로 대해서 비색에 대한 경험이 없는 편이다. 빛을 튕기지 않고 은은히 흡수하는 오래된 세월의 빛깔 또한 많이 눈으로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백자는 사진자료 검색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감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래봐야 일천할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러고나서 보니 도자기를 감상하는 맛이 달라졌다. 어떤 기형 형태에서는 희소성이 있고 이정도 크기에 무늬와 조형감이면 보물급인지 국보급인지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도자기를 보면 색감과 조형 무늬 등을 천천히 관찰한 뒤 뒤집에 밑굽의 모양과 태도를 받친 자국이나 모래 자국 등을 유심히 보게 되었고 도자기의 손에 잡히는 느낌이나 질감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사람 사귀는 것 만큼의 재미가 있은 듯 하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백자에도 청자 형태의 유약을 써서 구워낸 백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앞으로 조선 도자기에 대해 더욱 많이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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