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흙 도자기로 태어나다 한국문화사 시리즈 32
국사편찬위원회 지음 / 국사편찬위원회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 땅에 대한 관심과 우리 흙에 대한 관심은 그 땅 위에 발 딛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에 다름아니다. 한국 미술과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대하길 몇 년 만에 이 책을 귀하게 만났다. 적어도 토기와 도기 자기에 대한 안목은 바르게 세워주기 때문이다. 우연찮게 지인의 소개를 통해 일본 경매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그림의 끝에서 자기 몇 편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 때에는 그 자기가 어떤 시대의 어떤 의미를 담고 만들어졌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차츰 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는 그게 어느 시대의 어느 문화적 풍토에서 나온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또 조잡한 것인지 관요에서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왕실에서만 쓰던 최고의 물품인지를 조금은 구별할 줄 알게 되었다.

 

  한국은 아직은 미술품 시장이 크지 않다. 중국이나 일본 심지어 미국에서 경매되는 물건 중에는 우리나라 국보들이 피카소의 그림 한 점 보다 적게 나가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국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미국에 전시하기 위해 드는 보험도 300억인가 500억인가 정도로 피카소의 그림 한 점 보험가격에도 못미치는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목을 갖고 보면 우리 미술품이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일등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장식적 요소가 적어도 그 담박하고 순수한 멋이 풍겨내는 깊은 완상의 재미를 한국의 도자기들은 갖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토기와 도자기의 역사를 시대별로 개관한다. 도자기 발전의 역사를 시대적 수요와 요구에 맞게 재구성해서 가마터의 물색과 지리적인 요인들을 설명함에서부터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의 불의 조건과 흙과 안료 재료 유약에 이르기까지 일반인이 읽더라도 부담없이 쉽게 설명해내는 한편 책 속에 사용된 사진자료의 선명함과 우수함에 보는 사람들의 안목을 키워준다. 또한 도자기의 밑굽과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서 도자기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안목을 넓게 한다. 청자를 보는 맛이 색에 있다면 백자를 보는 맛은 모양에 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청자는 그 비색의 깊은 색감을 완상하는 데 즐거움이 있다면 조선 달항아리의 맛은 순박하고도 단순한 조형미에 그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국사람으로서 한국의 미를 사랑하는 한 국민으로서 이 책을 읽고 나면 한국미술을 중국이나 일본미술품과 구별하는 안목을 갖게 되고 나아가서 한국미술품을 대할 때 이것이 어느 시대 어느 종류의 도자에 해당하는 지와 그것이 상품인지 중품인지 하품인지 정도를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진위를 파악하기에는 나의 눈으로는 안목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청자 연적 하나와 조선 후기 19세기쯤으로 보이는 투각필통과 주병 주전자 화병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진위여부를 알 수 없다. 대체로 가짜라고 보인다. 하지만 골동품은 사서 쳐박아두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꺼내어 완상해보는 즐거움을 준다. 혹시라도 그 조형이나 감각에 대한 눈이 떠져서 진위여부를 느낄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기회될 때마다 박물관에 가서 완상하고 아는 지인의 집에서 완상하고 또 몇 점 안되지만 집에서도 완상하다보면 이것은 모조품이다. 이것은 진품이다 라고 하는 안목이 스스로에게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구워내던 도공의 마음과 예술혼 그리고 자기에 그림을 그리던 화원의 붓길을 마음 속으로 따라가면서 자기를 쳐다보면 그가 가진 멋과 맛이 내 눈을 뜨게 한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우리 민족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로 우리의 문화유산이 뛰어나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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