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무슨 소용으로 필까
씨앗 날리는 사랑으로
그럼 씨앗은 무슨 소용으로 맺힐까

내가 경전을 읽고 예배를 드릴 때
제단의 향과 촛불은
무슨 소용이란 것이 없었다

세계일화의 신비속에서
경전 읊조리는 소리와 그윽한 향
그리고 촛불은 말없이 타오르고만 있다

꽃이 피는 봄날
물든 은행잎처럼 노란 햇살을 쪼이는 이유
아무도 묻지 않는다

곧 담장의 목련도 질 것이다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이 세상에서
하얀 그늘로 아무런 소용도 없이

오늘 나는 시든 꽃잎을 밟고서 예배를 드렸다
바람이 만트라를 실었고
아지랑이가 향처럼 피어올랐다

제몸으로 밝혔던 생명의 빛 하나를 던지며
‘툭’하고
마지막 꽃잎이 머리위에 떨어졌다

의문이란 그런 것이다


- 강연성 「봄날의 의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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