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버리고 쉬어버리니

절름발이 자라요 눈 먼 거북이로다.

있느냐 있느냐 문수와 보현이로다.

허공이 무너져 떨어지고

대지가 묻혀 버리네

높고 높은 산봉우리에 앉으니

머리엔 재 쓰고 얼굴엔 진흙 발랐네.

시끄러운 거리에서 못을 끊고 쇠를 끊으니

날라리 리랄라여

들늙은이 취해 방초 속에서 춤추네.

방편으로 때묻은 옷을 걸어 놓고 부처라 하나

도리어 보배로 단장하면 다시 누구라 할꼬.

여기서 금강정안을 잃어버리면

팔만장경은 고름 닦은 휴지로다.

마명과 용수는 어느 곳을 향하여 입을 열리오.

<한참 묵묵한 후>

갑,을,병,정,무로다.

억!

홀로 높고 높아 비교할 수 없는 사자왕이

스스로 쇠사슬에 묶여 깊은 함정에 들어가네.

한번 소리치니 천지가 진동하나

도리어 저 여우가 서로 침을 뱉고 웃는구나.

애닯고 애닯고 애달프다.

황금 궁궐과 칠보의 자리 버리고

중생을 위해 아비지옥으로 들어가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