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나는 베끼지 않았다 - 몽골 세계숨은시인선 7
바오긴 락그와수렌 지음, 이안나 옮김 / 문학의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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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오긴 락그와수렌은 몽골의 시인이다. 18살 때 처녀시 '가을 달'을 시작으로 시인의 길을 걸었다. 몽골의 대지와 초원이 주는 품 속에서 서정적인 시들을 써나가는 몽골 서정시의 대표시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표현하는 시어들은 몽골의 자연이고 그 품에 편안하게 안긴 시어들이 읽는 이 누구나가 자연스럽고 부담없이 따라읽게 만들고 감동받게 한다. 그는 몽골을 사랑한다. 어머니를 사랑한다. 그는 대지를, 그 대지 위에 부는 바람을, 바람에 눕는 풀들을, 게르를, 말들을, 그리고 몽골 모두를 사랑한다.

 

  그가 태어났을 때 자연은 그에게서 눈을 앗아가버,렸다. 그가 빼앗긴 눈의 감각은 시적인 눈으로서 다시 살아난다. 그가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을 가지게 된 것은 그에게 있어서의 원초적인 보는 감각의 상실로부터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금기된 것은, 상실은, 보다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니까. 시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그래도 락그와수렌의 시를 읽으면서 어떤 시는 첫 줄부터 나에게 강렬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가 하면 시의 첫 어절과 끝 어절까지 편안하게 읽히는 것이 있는가하면 마지막 줄에 가서 가슴을 확 열게 하는 시들도 있다. 어쨌거나 시인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비틀어 낯설게 하고 또 그 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특별한 사람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몽골의 자연과 언어 그리고 몽골적 감수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새롭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서정의 궤도는 인간의 보편적이고도 일반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또한 세계적이다. 영미시나 유럽시에 대한 획일적인 번역에서 벗어나서 이젠 우리 나라도 제 3세계의 시들에 대한 번역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또 제 2의 3의 바오긴 락그와수렌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듯이 가장 몽골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겠다. 다만 몽골어가 가진 섬세한 뉘앙스의 차이나 그 문화적 느낌이나 정서를 우리가 아무리 잘 번역된 것이라 할지라도 담을 수 없는 언어적 독자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면에서 원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

 

  나이 40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시란 어떤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또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가 가진 운율성이나 리듬 또는 시가 가진 상징성도 마음에 들지만 내 영혼이 깊어지는 자리를 적합한 그리고 압축적인 시어로서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많은 매력을 느낀다. 나도 내 인생의 시 한 편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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