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참스승 선비 1
이용범 지음 / 바움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삼국시대에서 항일기에 이르는 우리 옛 선비들의 일화를 담아낸 이 책은 오늘날의 우리 지식인들에게 주는 교훈이 작지 않다. 옛 선비들에게는 글공부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남달랐으며, 그것이 오늘날처럼 명예나 치부 또는 권력에 있지 아니하였다. 물론 부와 명예 권력을 위해 권력자에 빌붙어 아첨하는 소인배들이 없지 않았지만, 적어도 공부하는 옳은 방향을 지키며 살았던 인생의 스승들이었다.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청빈함과 굳은 절개를 놓치지 않았으며, 때로는 목을 겨누고 있는 서슬퍼른 칼날 앞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초개와도 같이 자신을 버릴 줄 아는 그들에게서 참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오늘날의 우리사회의 지식인들을 보라. 지식을 상품으로 팔아서 치부를 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대중들의 감각과 쾌락과 재미를 충족시켜 자신의 뜻을 꺽고 인기에 영합하려는 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학문의 분야가 전문화, 세분화될수록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오만함과 교만함으로 진리에 대해 외경스러운 태도를 이미 버린 자 또한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거만함이 커지고 사람들 대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자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우리의 옛 선비들은 자신의 글공부에 있어 우선 좁고 세분화된 길을 택하지 아니하였다. 文,史,哲  詩,書,畵 에 능해서 삶과 현실을 전체적으로 통찰하는 눈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한편에 치우침이 없었다. 또한 글공부의 바탕에 인격함양과 삶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나 부와 권력을 뜬 구름과 같이 여길 수 있었다. 따라서 공사에 무사함으로 대하였기에 마음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으며, 자신의 소신에 대해 죽음앞에 직면해서도 떳떳하게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선비들은 인생의 참스승이라 불릴만하다.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또한 이런 사람들의 마음이 통하는 세상이었기에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고 보다 불편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당시의 삶이 마냥 부럽게만 느껴지게 되는 것이리라.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서 무사 (無私)함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무사함의 삶이 세상사람들에게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무사함을 행하는 사람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선 나조차도 반성할 일이 태산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으로라도 무사함을 행하려고 노력하고 살아야 한다. 옳은 것을 위해 부모도 버리고 자식도 버리는 일들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일들에 처해 마음 속에 허물을 스스로 더 지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234명이나 되는 선비들의 일화와 삶을 책 두 권으로 담아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적은 지면에 그들의 삶까지 다 담아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대표적인 일화를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에 대해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는 책으로 만족해야 할 책이다. 하지만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일화도 좋지만 그 이면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지면의 할애가 있었더라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사람의 행동과 일화는 그 사람의 됨됨이와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안목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그 사람의 행동과 일화이기보다는 그 사람의 삶을 사는 태도와 그 태도를 형성한 삶에 대한 보다 성숙하고도 깊은 관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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