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 강의록
사카이야 다이치 지음, 최현숙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한 퇴역공무원이 동경대 학생들을 놓고 강의한 이 책은 일본사회의 변화 발전과정을 통하여 본 인류역사의 발전과정을 이론화시켰으며, 앞으로의 일본사회에 도래할 지가사회라는 개념을 통해서 현 일본사회의 문제점을 진단, 분석하고 앞으로 준비해야 할 바에 대해 수도의 이전과 호연공동체의 개념으로서 정리하고 있다. 그는 학자가 아니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상당히 폭넓고 세밀하다. 학부때에 전공한 경제학이 그의 세상을 보는 큰 밑천이 되고 있음은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사회분석의 기본틀과 미래사회의 전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틀이 경제적 사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피터 드러커나 앨빈토플러의 미래사회분석서들과는 조금 다른 점을 가진다. 오히려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라고 하는 필립 암스트롱과 존 해리슨의 공동작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가 전후 자본주의 경제의 재편성과 발전을 주요영역으로 하고 있다면 이 책은 그 확장의 영역이 인류역사에서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의 사회에 관한 것이 다르다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물론 미래사회학자들은 여기에서 제외한다) 틀지워진 학문영역의 제한을 받지 않고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영역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분석에 의해 일본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을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론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가 말한 지가사회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동시대에 나온 다니엘 벨이나 앨빈토플러, 이후의 피터드러커나 폴케네디, 제레미 리프킨(이 사람은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사람이다)등의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독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지가사회란 다니엘 벨의 탈산업사회이며, 앨빈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며 정보화혁명이다, 그리고 피터드러커의 지식기반사회이며 폴 케네디의 신산업혁명이며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과 접속의 시대이다. 이들의 개념도 지가사회와 그 내용면에서 더 풍부하면 풍부했지 덜하지 않다.

제레미 리프킨이 말하는 접속의 시대에서 소유는 사라지고 접속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듯이 지가사회에서는 역시 소유의 시대라고 명명되어진 규격대량생산사회의 퇴보와 관련산업의 축소, 인구구성의 변화를 포함한 사회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그 사회에서는 지혜의 가치가 더욱 중요한 사회가 될 것이다는 그의 견해는 이미 특허나, 상표, 브랜드와 지적재산권의 가치가 커져가고 있는 사회현상에서 증명되고 있다. 소비자의 소비패턴도 이제는 단순히 제품이나, 브랜드 뿐만 아니라 그 상품을 통해서 체험또는 경험할 수 있는 내용들이 주된 소비가 되고 있다.

앞으로의 변해가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첫번째 방법으로서 수도의 이전을 들고 있다. 세계에서도 가장 수도기능의 집중이 심해서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대표적인 나라로서 그는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을 들고 있다. 따라서 도쿄로의 행정기능과 중추관리기능 각종 경제, 정치, 문화적 기능의 집중현상이 앞으로의 지가사회에서는 인간의 지혜를 발휘하는 데 그래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접속의 시대에서는 모이고 독점된 것에서 뭉쳐져 있는 꼬여버린 실타래를 칼로써 끊어내고 필요에 의해 가볍게 접속하고 풀어내는 유연한 접속체제와 시스템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호연공동체의 성립이다.(그가 내놓은 개념중에서 아주 참신하면서도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가족공동체나 국가조직을 포함한 기업조직 등 여러 생산조직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호연조직이라고 하는 같은 기호를 가진 조직들이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서로간의 접속과 공유를 통해 필요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인생까지도 공유하게 되는 의식공동체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근대사회 경제의 구성원리인 물질적 만족과 합리성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 인간존재의 발전을 위해 함께 하는 의식공동체의 형성과 그 발전이 미래사회에서 우리들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