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공부
대혜종고선사 지음 / 여시아문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서장은 대혜서 또는 대혜서문이라고도 불리우는 책으로 대혜종고(1089-1163)스님이 문하의 거사와 유학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선의 요지를 설명한 것으로 62편의 편지 중 49편을 정리하고 해설한 것이다. 서장은 간화선의 요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그것이 역사적으로 묵조선을 배격하고 다른 마음공부에 대한 배타적인 측면이 없지 않으나 선의 공부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해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대혜스님의 깨달음의 마음으로 잘 풀어내어 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화두를 든다고 할 때 그것은 화두로 알음알이를 하거나 화두의 의미를 깨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화두를 들고서 그 화두 앞에서 온전히 깨어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냄새맡고 먹고 행위하는 이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체험해내는 데 있다. 그 마음 본바탕은 세상 만물에 드리워져서 나타나므로 세상 만물이 없을 때에는 그것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명상하면서만 그것을 구하지 말고, 숨쉬며, 밥먹고, 잠자며,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춤추고 눈물흘리는 모든 행위에서 그것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밖에서 구하면 아무것도 없다. 안에서 구하면, 즉 마음에서 구하면 백척의 간두위에 서 있는 느낌이다. 그곳에서 허공속으로 한 발 내딛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생각과 마음을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성을 깨달음으로서 생각과 마음이 저절로 끊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문득 알아내도록 해야 한다. 삶과 죽음이 여기에서 해결되며, 구속과 자유의 문제가 바로 여기 있으니, 이것이 일대사인연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책은 단순한 편지글이 아니다. 선에 대해 마음 본바탕을 알기 위해 그것을 직접 가르치는 선의 언어이다. 또한 서술의 방법면에서 선이 그 적합한 표현형식과 만나 내 마음의 본바탕을 향하게 한다. 내가 오늘날까지 공부하고 알아진 것들 뿐 아니라 무엇인지 모호했던 마음의 상태를 명쾌히 설명해주고 있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법으로도 늘 이어져있음을 스스로 알기까지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늘 법을 향하게 하는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그것이 마음의 눈뜸이요 안으로 향함이다. 이제 비로소 마음의 눈을 뜬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마음의 눈이란 펼쳐진 세상과 모아진 세상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눈이다. 그것은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책을 읽고 걷고 운전하며 산책을 하고 무엇을 하거나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이어지는 코드에 접속되게 하는 것이다. 그 접속이 나를 허공 속으로 뛰어들게 하고 허공 속의 뼈를 알게 해줄것이다.

그래서 문득 알아지는 날 화두가 타파되고 내가 비로소 온전하고 자유로운 자가 될 것이다.

찾는자는 찾아진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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