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지음에 특히 어려운 것은

말과 뜻이 아울러 아름다움을 얻는 것

머금어 쌓인 뜻이 진실로 깊어야

씹을수록 그 맛이 더욱 순수하나니

뜻만 서고 말이 원활치 못하면

껄끄러워 그 뜻이 전달되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나중으로 할 바의 것은

아로새겨 아름답게 꾸미는 것뿐.

아름다움을 어찌 반드시 배척하랴만

또한 자못 곰곰이 생각해볼 일.

꽃만 따고 그 열매를 버리게 되면

시의 참뜻을 잃게 되느니.

지금껏 시를 쓰는 무리들은

풍아의 참뜻은 생각지 않고

밖으로 빌려서 단청을 꾸며

한때의 기호에 맞기만을 구하고 있다.

뜻은 본시 하늘에서 얻은 것이라

갑작스레 이루기는 어려운 법.

스스로 헤아려선 얻기 어려워

인하여 화려함만 일삼는구나.

이로써 여러 사람 현혹하여서

뜻의 궁핍한 바를 가리려 한다.

이런 버릇이 이미 습성이 되어

문학의 정신은 땅에 떨어졌도다.

이백과 두보는 다시 나오지 않으니

뉘와 더불어 진짜와 가짜 가려낼까.

내가 무너진 터를 쌓고자 해도

한 삼태기 흙도 돕는 이 없네.

시 삼백 편을 외운다 한들

어디에다 풍자함을 보탠단 말가.

홀로 걸어감도 또한 괜찮겠지만

외로운 노래를 사람들은 비웃겠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달팽이 2004-10-2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우리 시단에도 암시하는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