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이스라엘
랄프 쇤만 지음, 이광조 옮김 / 미세기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원제목은 "시오니즘의 숨겨진 역사"이다. 저자인 랄프 쇤만은 버트란트 러셀의 비밀 비서로서 제국주의 국가내에서의 민중과 계급문제, 제 3세계에서의 민중해방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던 사람이다. 이 책에서 그는 나찌에 의해 희생된 유태인들이 애초에는 자신들의 민족적 정체감을 찾기 위한 순수한 시도에서 시작된 시오니즘이 자신들의 동족들도 배반하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비극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악함으로 나아가기까지의 역사적인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사의 모든 것이 인간의 마음에서 출발하듯이 팔레스타인의 비극 역시 극단적 시오니스트들이 자신들의 민족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열망을 ,아무런 힘도 없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해, 유태인들의 마음 속에 "민족국가를 세우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불사하겠다."라고 하는 이데올로기를 심어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극단적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선량한 유태인들에 대한 배반이 우선 일어난다. 나찌에 의한 유태인의 대량학살이 같은 민족인 그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동의되어지고 그들은 나찌의 지도자들과 뒷거래를 통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유대국가 건설에 대한 동의를 얻어낸다. 나아가 그들은 나찌가 자기민족에게 써먹었던 학살방식을 팔레스타인 지역의 민중들에게 그대로 써먹는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관계가 식민주의내에서 지배 피지배 관계로 오면 결국엔 같아진다고 했듯이, 자기보다 힘센 자들에게 당했던 화는 사라지지 않고 자신보다 더 연약한 존재를 통해 더욱 가혹하게 가해지고 만다. 시오니즘의 유대국가 건설 움직임이 있기 전부터 이민족들과 이웃으로 어울려 평화롭게 살았던 선량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왜 그런 비극을 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왜 늘 대량학살과 폭력과 착취는 아무런 방어능력도 없고 말할 수 없이 선량한 사람들에게 예고도 없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런 일들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힘없는 그들이 불의에 강하게 저항하지 못한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물론 저자는 팔레스타인의 희망을 아랍민족들의 해방투쟁과 유태인 노동자계급과의 공동투쟁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한과 고통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 한과 고통이 또 다른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라고 하는 외양을 띠고서 우리 세상에서 돌고 돌게 되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세상은 왜 이런 걸까? 마음이 펼쳐진 세상의 비밀은 마음의 비밀에서 해결되어야 할 숙제들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다.

제국주의도, 나찌즘도, 파시즘도 우리 사회 속에서도 내재화되어 있듯이 극단적인 시오니즘도 우리 사회내에 잠재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중국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대꾸도 하지 못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서는 핏대를 세워가며 인권과 생존권을 외면해버리는 사람들, 국가보안법으로 이익을 보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현실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국보법의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외면해버리는 보수주의자들, 자신은 늘 선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의견에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교조주의자들의 마음 속에는 늘 인류를 위험과 비극으로 내모는 잔인함이 도사리고 있다.

시오니즘의 숨겨진 역사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숨겨진 역사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부정과 폭력을 몰아내고 평화와 사랑을 구하지 않는 이상 세상사의 비극은 돌고 도는 연기의 법칙아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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