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 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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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09-3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느낌을 따라 도종환 시인의 시를 다시 한번 끊어 읽어봅니다. 지금은 재혼도 하였고, 교단도 떠나 시인의 마을을 가꾸고 있는 그의 오래된 시에서 나는 "사랑은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라는 말에 주목합니다..그가 과연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고 말입니다. 삶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고 말입니다. 나는 나의 삶과 죽음을 사랑으로 책임질 수 있는가 생각해봅니다. 내가 그 누구의 삶과 죽음을 과연 사랑으로 책임질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풍경과 자연이 명료해지는 가을, 나의 마음도 따라 명료해지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