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류시화 시인의 삶에 대한 동경에 공감한다. 그가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결국 찾아낸 것은 그가 가진 내면 속의 또 다른 "나"였다. 우리는 세상을 보기 위해 그리고 세상을 알기 위해 많은 곳을 찾아다니지만 결국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나"라는 사실을 그는 말해준다. 

빗줄기가 자꾸만 굵어져가는 어느 오후였다. 낙동강 하구변에 자리잡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며 내다보이는 강의 풍경은 하늘색과 물색이 어우러져 은은한 색조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강의 표면에 닿는 순간 그것은 강물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자신을 버리고서 강물과 하나가 되는 그 변화의 순간 내 마음 속에서도 그 풍경과 하나가 되는 경험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행자의 서시에 보면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하는 표현에서 그는 시라는 여행을 통해 그가 다다라야 하는 곳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자기의 문을 통해 나가면 세상과 나는 하나가 되고 나는 그 영원의 나라에서 나와 너가 없는 경계에 다가서게 된다. 그 세계란 바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개울물로 강물로 바다물로 동화되는 나와 너의 경계가 없는 한 마음이 되는 세계가 아닐까?

;때로는 사랑이 그 하나되는 세계로 가기 위한 문이 되기도 한다.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의 사랑처럼 두 마리의 물고기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그런 사랑을 그는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사랑, 그런 만남은 자신의 온 존재를 바치는 사랑으로 역시 떨어지는 빗방울의 사랑과 같지 않은가?

하나된 그 세상에서도 빗방울 하나의 흔적은 남아 과거의 아픔과 눈물과 기쁨과 희망까지도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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