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옷 한 벌을 빌려 주었는데

나는 그 옷을

평생동안 잘 입었다

때로는 비를 맞고

햇빛에 색이 바래고

바람에 어깨가 남루해졌다

때로는 눈물에 소매가 얼룩지고

웃음에 흰 옷깃이 나부끼고

즐거운 놀이를 하느라

단추가 떨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 옷을 잘 입고

이제 주인에게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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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09-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은 나의 몸은, 아니 본성은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