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개정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정신문화는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활동에서부터 비롯되었을까? 그리고 생존을 위한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변해가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사상이 드러난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인 의식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일까? 어쩌면 이 책은 인간의식의 기원을 다룬 책이기도 하지 않을까? 선사시대의 원시인이 땅에다 돌을 갖고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면 그 행위로부터 우리들은 어떤 생각을 도출할 수 있을까? 나아가 물질이 우선인가 의식이 우선인가 하는 철학의 근본문제에까지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구석기시대의 미술

  구석기시대의 미술은 자연주의적 특징을 가졌다. 직접적이고 순수하고 어떠한 이지적인 작용이나 제약도 없는 상태로 인간이 보고 느꼈던 시각적인 인상을 재현했다. 실용적이고 생존을 위한 목적으로 수렵을 하는 원시인이 직접 그린 것이다. 그는 그림을 통해 사물을 소유한다고 믿었고 사물을 지배하는 힘을 얻는다고 믿었을 것이다. 활이나 창에 관통당한 동물의 모습을 통해 그는 사냥이 잘 되길 바랬고 자신의 생존을 보다 풍요롭게 가꾸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이 때의 미술은 마법이자 주문이었을 것이고 주술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신석기시대의 미술

  이 시대는 애니미즘과 기하학적 형식을 가진다. 예술은 사물의 이념이나 개념 또는 본질을 포착하려하고 대상의 묘사보다 상징의 창조에 주력하였다. 이 때에 와서 비로소 잉여생산물이 생기고 생산물과 생산수단에 대한 지배관계에 따른 계급이 생기고 드디어 생산활동으로부터 독립된 계층이 생겼다. 종교적 의식과 예배행위가 생겼고 이는 농경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농경사회는 이동생활에서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그 본성에 보수성이 내재되어 있다. 사회의 지배계층은 보다 안정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어 더욱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기하학주의는 통일적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경향과 영속적인 질서 그리고 대체로 현세의 피안을 지향하는 세계관을 갖추게 된다.

 

  한 예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덤을 장식하며 종교적 색채를 띠는 예술과 순전히 장식적인 요소만을 기술적으로 발전시킨 세속적 예술로 분화되게 된다. 고대 오리엔트에서는 인체묘사의 법칙으로서 인간이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건 간에 가슴의 표현만은 그 전부가 감상자쪽을 향하도록 묘사하는 '정면성의 원리'에 입각하는 모습을 가진다. 이는 명확하고 간소한 인상을 띠게 되고 그것을 감상하는 귀족이나 궁중계급에 봉사하는 성격을 가진다. 고대 그리스로 이어지면서 왕과 궁정을 찬미하는 형식으로 나온 아케이즘고 서정시적 양식 등 문학에서 주관주의적 양식이 대두된다. 그리고 자연경제적 생산에서 교육과 화폐경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형식의 자율화와 예술을 위한 예술이 등장하여 새로운 사회의 자유로운 계층을 대변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아직 문학과 예술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의 영향을 고스란히 가지면서 발전하고 변화해갔다. 아직 문학과 예술이 자신 스스로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서도 그런 맹아적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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