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위로
앤터니 스토 지음, 이순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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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의 힘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다. 전 대통령이셨던 노무현님도 이런 말을 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고. 이렇듯 사람들은 누구나 인간관계를 맺고 산다. 그 인간관계가 어떻느냐에 따라 삶의 행복이 좌우되기도 한다고 믿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인간관계를 부모와 가정에서 습득해가면서 친밀감과 애착을 형성해가고 유아기 때의 인간관계의 문제나 욕구충족의 문제가 성인기의 그 사람의 성격형성을 결정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세상의 모든 눈은 인간관계를 향해 있고 그 인간관계의 성격과 질에 따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또 그 사람의 행복감도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간관계는 우리들의 삶의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을 알아주는 좋은 벗의 가치는 세상 그 어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세상의 시선이 모두 인간관계와 그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쏠리게 되면서 우리에게 또 한편의 조명받지 못한 영역이 애절히 시선을 기다린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그늘에서 있어서 어쩌면 관계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영역, 바로 '고독'의 영역이다. 이 고독의 영역은 인간관계의 영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공간이다. 또한 인간관계의 그물이 자신을 더욱 힘들게하고 인생의 짐으로 드리워질때 이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진정한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공간이다.

 

상실이 늘 비극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인간관계의 문제를 너무나도 크게 생각한다. 어릴 때 겪은 부모의 부재라든가 사랑하는 이의 이별과 사별은 그 사람의 인생에 지울수 없는 상처가 되고 성인기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상처는 때로는 성숙함의 발판이 되지도 않던가? 스티븐 스펜더는 부모의 상실이 때로는 홀가분함과 흥분으로 다가오는 사례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부부의 이혼이나 사별 또한 남은 한 사람에게 지울수 없는 영혼의 상처를 주기보다는 새로운 삶과 행복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감옥이나 유배지에서 인생을 꽃피웠던 사람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다산 정약용 선생은 땅끝 마을로 유배가서 결국 자신의 학문을 완성하고 500여권에 달하는 책을 써냈고 추사 김정희 선생은 제주도로 유배가서 결국 자신의 글씨체를 완성하지 않았는가? 멀리 역사를 거슬러갈 필요까지도 없다. 김지하 시인과 신영복 선생님을 비롯한 민주지사들의 삶을 보면 감옥에서의 생활이 단순히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을 떠나 그 사람의 인격과 사상을 더욱 깊게 한 예이다. 심지어는 유태인 수용소에서조차 인생을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삶을 다시 보게 되는 사례도 있다. 베토벤은 26살 때 귀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통해 창의력에 방해되는 피아노 기교를 배제하고 오직 작곡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그의 불후의 명곡들은 이후에 쏟아져나왔다. 결국은 인간관계의 상실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삶의 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실을 수용하는 두가지 길

 

  어떤 사람들은 인간관계의 상실이나 욕구의 좌절을 겪어서 평생 지워지지 않는 인생을 짐을 지고 산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원인을 인간관계나 유아기의 욕구좌절로만 돌릴 수는 없지 않을까? 똑같은 환경에서 태어난 쌍동이도 서로 다른 인물이 되고 똑같은 경험을 통해서도 어떤 사람의 인생은 무너지지만 어떤 사람은 인생을 다시 새롭게 사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들이 터부시하고 불편하게 회피해왔던 고독의 영역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누리는가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감옥이란 공간에서 느끼는 가장 큰 괴로움은 대상이나 사물과의 감각 차단이라고 한다. 나아가서 어떤 인간관계의 상황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최고의 고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고독과 함께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불교의 선승들은 스스로 고독을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무문관 수행을 하기도 한다. 진정한 종교인들은 스스로 고독의 영역 속에서 신을 찾아 들어가기도 한다. 세상의 창의적이고 종교적이고 예술적인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때 그들은 고독과 사귀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또 그 고독 속에서 자신의 의미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기 두려워서 늘 외부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고 그 관계의 단절을 두려워해서 자꾸만 관계를 더 만들어가고 있지만 정작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관계가 주는 행복이라는 허상 속의 헛된 면들을 만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고독의 영역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 고독의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이 책으로 그릴 수는 없다. 어쩌면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고독의 영역을 다룬 천재나 예술가나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자신 스스로에게 내재된 참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나의 선택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에게 주어진 고독의 얼굴을 찾아야 한다. 그 본래 얼굴을 찾을 수 있다면 힘겨운 인간관계에 매달리면서 낭비하는 시간들을 보다 의미있는 자신의 인생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인생의 일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일상의 시시각각을 접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봐야 하리라.

 

P.S 저자는 해박한 지식으로 정신분석학에서부터 철학자 사상가 문학자 시인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례들을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견해에 대해 실증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치 소설처럼 줄줄 읽히는 문장이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다. 오랫만에 수작을 하나 만난 기분이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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