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책들
오쇼 라즈니쉬 지음, 류시화 옮김 / 동광출판사 / 1991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어느때부터인가 나는 책의 내용보다는 책의 내용이 내 마음에 일으키는 떨림을 찾게 된 것 같다. 내가 책을 통해 삶의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데에는 물론 좋은 스승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를 만난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이 책 역시 그를 통해서 나에게로 왔다. 책 커버를 넘기면 보이는 그의 강렬하면서도 세상 어딘가를 투시하는 듯한 눈빛...... 다음 페이지엔 너무나도 평화로운 모습으로 인도의 악기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 그 다음 페이지엔 그가 친필로 쓴 침묵이라는 두글자...그렇다. 이 책은 침묵에 관한 책이었다.

침묵은 마음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말로는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그 침묵을 통해 우리 마음 속에 전해오는 그 무엇을 찾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그러고보면 나의 책읽기가 적어도 방향만은 바르게 맞추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이고는 있지만...그래서 간간히 비추는 한줄기 빛만으로도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운지 모르지만....

그는 책도사이다. 아니 삶의 도사이며, 삶의 의미에 대한 뭇사람들의 스승으로 인정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때로는 그가 말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이 지나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책을 읽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일년에 100여권의 책을 정독으로 읽어내려면 책에 대한 많은 열정과 노력이 필요함을 알 것이다. 하지만 라즈니쉬는 100,000권의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자신이 읽은 책을 헤아리는 것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하루에 한 권씩의 책을 읽어서, 문자를 10살때부터 깨우쳐 글을 읽는다고 쳐서  80세까지 살도록 죽을때까지 책을 읽는다 해도 그 사람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은 고작 25550권이 된다. 그런데 오쇼의 독서력을 따라갈려면 적어도 하루에 7-8권의 책을 읽어내어야 한다.

하지만 양적인 독서량보다도 이 책에 내가 놀라는 이유는 그만이 알 수 있는 150여권의 책과 그 책을 지은 사람에 대한 그만의 자신있는 평가이다. 그리고 그의 평가는 그가 깨달은 사람이기에 나에게 감동을 준다. 그 감동은 책과 지은이가 가진 깨달음의 깊이에 의한 마음의 파장을 가늠해보면서 내가 책을 읽어야 할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아! 내가 이 책을 방학하기 전에 보게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면 내가 구할 수 있는 책들을 쌓아놓고 그와 같은 자세를 하고서 독서삼매경에 빠져들 수 있었을텐데....

이 책은 우리가 예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그리고 나의 눈으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는 좋은 책들에 대한 정보를 준다. 휘트먼의 '풀잎'이라든지, 구제프에 대한 이야기와 수피즘과 신비주의,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중에서 우리가 한 번쯤 보고 넘어가야 할 사람들과 작품에 대해 그의 소개는 내 책읽기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 책을 지금에서야 보게 된 것이 나는 그지없이 즐겁다. 이젠 이 책이 주는 가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책읽기를 한 번 뒤돌아보며 다시 방향설정을 하는데 시기적절한 계기가 됨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은 1000여권의 책 중의 하나를 고르는 작업의 한밤중에 자신의 창가에 다가와 자신에게 말을 걸고 따졌던 수많은 영혼들, 인류역사에 있어서의 모든 현자들을 자신앞에 줄세운 그의 포부와 대장부다운 기질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모든 현자들이 누렸던 그 깨달음의 경지에서 같이 놀았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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