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개정판 나이의 힘 1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6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TV드라마나 상품광고 그리고 영화에서 노인들이 사라져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물질적이고 쾌락적이어서 젊음과 생명의 열기가 넘쳐흘러 광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는 죽음과 늙음은 터부시되고 외면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그것도 마흔하나의 나이에 자신의 노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던 한 여자가 있다. 더구나 이 책은 1972년도에 씌여진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종교적 관점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의 노년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이듦에 대해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를 갖춘 선구적인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첫번째 장에서는 우선 나이가 들게 되면서 사람들이 흔히 가지게 되는 의존적인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대해 경고한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노인들을 사회에서 아무런 필요도 없이 사회적 생산물을 축내고 있는 기생계층으로 만들어버린다고 본다. 따라서 노인들이 스스로를 세우고 구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다음으로는 이제 노년의 생활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적인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하지만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할 때에는 그 조건하에서 능동적이고도 긍정적으로 생활할 것을 권유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 몸의 쇠락에 너무 주룩들지 말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수용하라. 몸의 쇠락에 따르는 인간관계의 상실과 축소도 자연스럽게 수용하라.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을 가지라. 오늘 바로 지금 현재의 삶에 감사하라. 삶의 궁극적 의미와 깨달음은 어느 순간에 올지 모르므로 언제나 깨어 있으며, 어떤 순간에서도 삶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 등의 교훈들은 나의 노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실천지침까지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그러하듯 노년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점, 즉 죽음의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다. 따라서 나이듦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몸의 죽음에 대한 성숙한 자세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죽음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모든 이야기가 사실은 이 죽음의 문제를 온전히 안아낼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죽음을 늘 일상으로 가져와 어떤 순간에서의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한 준비는 죽음의 과정을 통하여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고양시키고 타인에게 삶의 의미에 대한 교훈을 자신의 죽음을 통하여 남길 수 있게 된다.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여자로서의 섬세함은 우리가 노년의 일상을 영위하는 데 있어 구체적인 지침이 되는 행동을 위한 세심한 실천들로 제시되고 있어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현실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노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삶을 보다 먼 시점에서 성찰할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지금을 더욱 알차게 살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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