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면의 제국 - 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역사를 넘어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혹시 당신은 제 3세계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노동현실을 보면서 때로는 우월감을 느낀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자신 안에서 오리엔탈리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멋지게 지은 서양식 집과 좋은 차 , 늘씬한 서구형 미인을 부러워 한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서구 중심주의적인 옥시덴탈리즘을 키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자신들의 삶만을 중심으로 보고 나머지를 주변부로만 파악하는 태도, 자신의 삶을 문명으로 파악하고 나머지를 야만으로 파악해서 그들을 계몽시켜야 한다는 편견,  우리를 위해서는 타인의 삶은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배타주의는 인류의 역사를 씻어낼 수 없는 피로 물들였습니다. 나아가 인류가 자신의 삶의 주체로서 살지 못하고 타인에게 종속되거나 배제되는 비극의 역사를 낳았습니다.

    그럼 이런 오리엔탈리즘이나 옥시덴탈리즘과 같은 우리 사회를 보는 일그러진 시각들은 어떻게 생기게 되는 것입니까? 그것은 바로 민족과 국가라고 하는 허상을 우리들 개인 각 각의 내면에 심어놓는 방법에 의해서 생기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박노자씨는 집단과 전체주의에 의해 희생되었고 배제되었던 개인적 가치의 복원을 주장하게 된 것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이나 옥시덴탈리즘이나 가해자건 피해자건 그 국가나 중심부나 주변부를 해체해보면 전체에 의해  많은 기층 민중과 시민과 개인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서 한 개인은 그 수레바퀴를 되돌리기는 너무나 미약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수레바퀴에 묻어가는 미약한 존재로서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방향을 제대로 객관적으로 예측한다는 것도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20세기에 인류의 대량학살의 역사와 인간 존재의 극한적 무의미함을 겪으며 적어도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광기로 치닫는 집단적 무의식과 집단광기를 극복해가는 개인적인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주의적 가치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면에서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우선은 인류의 대량학살은 반드시 민족이나, 국가라는 환상을 통해 국민들을 집단 무의식의 상태로 몰아 인류최악의 비극으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그런 외부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허상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우리와 타자의 구별과 나아가 전체주의적 환상과 집단광기는 반드시 개개인의 내면을 오염시키고 쇠뇌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우리들 내면의 깨달음이 이러한 비극을 극복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쓰고 있는 중심부를 향한 끝없는 동경과 그리움의 하얀 가면, 그것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자기비하와 타문화에 대한 사대주의적 시각을 말합니다. 그 가면을 벗어내는 일은 단순히 우리의 몸치장을 바꾸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의 마음을 바꾸어내고 우리들의 삶을 바꾸어내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보는 바르고 넓은 눈이 필요하며 여기에 그런 눈 하나가 박노자씨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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