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
달라이 라마 지음, 제프리 홉킨스 편저, 이종복 옮김 / 북로드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못하다. 마치 나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고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먼 훗날의 일이며 내 삶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하고 싶은 그 무엇이 되고 만다. 그런 마음 때문에 죽음은 더욱 우리가 준비하지 못하게 되고 직접 죽음에 맞닥뜨리게 되면 부정하고 분노하고 회피하려고 하면서 그 죽음이 우리의 일생에 마지막으로 주는 교훈을 외면해버리게 되고 만다.

달라이 라마는 이 죽음에 대한 명상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신다.  그는 제 1대 판첸 라마의 시를 통해서 우리가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의 과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우리가 죽음을 늘 일상에 두고 있으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된다. 선험적인 죽음의 순간에 직면하여 내가 살아왔던 삶의 의미 추구에 대해 스스로가 묻게 된다는 점이다. 죽음에 직면해서 우리가 좋은 마음을 가지려 해도 몸의 극한 조건 속에서 그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삶에서 우리가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다음으로 죽음을 잘 맞이하는 준비가 귀결되어야 하는 방향이 결국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 오로지 자신만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달라이 라마는 말씀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적인 깨달음을 통해 이타적인 마음을 내는 것,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사랑의 손길을 뻗쳐 그들 모두가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그 이타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몸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엔 죽음에 대한 준비는 삶에 대한 준비이다. 삶을 잘 마무리 한다는 것과 그 다음 생을 잘 찾아간다는 것은 이 생에서 내가 마음짓는 것을 원인으로 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내 마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면 죽음의 과정에서도 그 길을 찾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마음을 수행의 길 위에 올려 놓아야 하는 것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다. 홉킨즈 교수의 말대로 이 죽음에 대한 판첸라마의 시와 달라이 라마의 해설이 죽음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수행의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늘상 삶을 이어가기 위해 행하는 들숨과 날숨 속에 늘 삶과 죽음의 의미를 교차시키며 죽음을 삶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는 철저히 홀로이다. 이 홀로를 우리는 삶에서도 경험해야 한다. 마음 속에서 오직 홀로 걸어가야 할 고독의 길을 우리는 바로 지금 걷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고독이며 행복한 고독이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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