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과 오현 스님의 열흘간의 만남
신경림.조오현 지음 / 아름다운인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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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스님과 한 시인의 만남이 있다.

스님은 절가에서 속세와 떨어져 마음을 닦고 있는 수행자이고,

시인은 그가 가진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읽어내고 그 읽어낸 세상을 마치 도자기를 빚어내듯...

언어를 이용하여 빚어낸다.

어찌보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그들을 이어주는 다리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 다리는 세속적인 삶과 정신적 삶 사이에 놓여진 간격을 이어주기도 하고

삶과 죽음이라는 건널 수 없는 두 공간을 이어주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오현 스님과 신경림 시인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1930년대에 태어나 식민지를 경험했고, 한국동란을 경험했으며,

성장과정에서 찢어지는 가난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아마 그들의 불우한 성장기와 더불어 시대의 중요사건을 가로질러 사는 사람이 그러하듯이

민족사의 아픔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두 어깨 위에 지고 살아왔다는 점이다.

둘째는 모두 시를 쓴다는 점이다.

그것도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시를 통해 삶의 깊은 의미와 참존재에 대한 의문과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한 사람은 근본적으로 수행자이고 한 사람은 시인이지만 그들의 드러난 겉모습 이면에 삶의 의미와 그 경계를 넘나들며 공유하는 깨달음의 세계가 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만남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다리와도 같은 만남이 된다.

그들의 삶의 여정에 베어 있는 영원에 대한 기억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속도의 삶에 내던져져서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나아가 그들의 만남은 내 몸속에서 자꾸만 꿈틀거리는, 그래서 자꾸만 나를 뒤흔드는 내면의 소리없는 울림에 귀기울이게 한다.

신기루와도 같은 환영의 인생길을 거쳐 내가 다다를 곳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에 젖어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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