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선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이던가? 군대시절, 비오는 토요일, 난을 따러 간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옷이 흠뻑 젖는 줄도 모르고 가랑비를 맞으며 산길을 따라 나섰는데...한참을 걸어 도착한 절벽위 바위 옆에 자라고 있는 난을 발견한 것은....아, 나는 난초가 이렇게 기품있고 우아하며 멋이 있는지 그 때 처음 알았다.

이덕무는 온갖 환해풍파가 몰아치는 세상에서도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한 그루의 난초와도 같은 사람이다. 오로지 책을 읽으며 그 책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닦아나가는 것에 삶의 주된 가치를 두고 살았던 사람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랴...자신이 내면적 즐거움을 찾아 하는 일은 평생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자신의 삶의 주된 가치를 공유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마땅히 더불어 인생을 매진하며 즐기며 살아볼 만 하지 않겠는가? 그런 친구를 만나면 뽕나무를 심고 길러서 그 나무에서 실을 뽑아 자신의 아내로 하여금 정성들여 친구 얼굴을 비단에 수를 놓아 늘 지니고 다니면서 풍경을 볼  때에도, 책을 읽을 때에도, 좋은 것을 대할 때에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절절하지 않겠는가?.

그뿐인가? 누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제문은 그가 누이의 죽음을 얼마나 절절하게 애도하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릴적 어렵게 자라온 과정에서 시집가고 아이낳아 기르면서 겪어온 가난하고 어려운 날들에 대한 기억들은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만한 것이 역시 없다. 한서로 이불을 삼고, 논어로 병풍을 한다는 것, 자기 나름의 문장을 만들어내어야 한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되는 기쁨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는 것 등등 그의 독서를 보면 그가 과연 책을 통해서 나아가려고 하는 세상이 무엇이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생활과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고 인격을 닦아 보다 고결하고 반듯한 삶을 살려고 했던 그의 독서는 단순한 책읽기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별맘 2004-05-1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가 단순한 책읽기, 그 이상임을 머리로만 알고 있어 답답하네요. 달팽이님의 서평은 저로 하여금 책을 읽고 싶게끔 합니다. 서평 잘 봤습니다.

달팽이 2004-05-1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부족함이 많은 저입니다. 분발을 위한 격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