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의 벗을 얻는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오색실을 물들일 것이다.

10일에 한 가지 빛깔을 물들인다면 50일이면 다섯 가지 빛깔을 물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따뜻한 봄볕에 내놓고 말려서 여린 아내에게 부탁해 백 번 달군 금침 바늘로 내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하리라.

그런 다음, 고운 비단으로 장식하고 예스러운 옥으로 막대를 만들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뾰족뾰족하고 험준한  높은 산과 세차게 흐르는 물이 있는 곳,

그 사이에 펼쳐놓고 말없이 서로 바라보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 때면 품에 안고 돌아오리라.

 

                                                                                                                                - 이덕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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