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의 삶의 양식이 서구의 물질적이고 합리적인 것에 젖어 있는 우리들에게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그것을 단지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과거의 발자취라고만 할 것인가? 그렇다면 경제도 정치도 군사도 더욱이 앞으로는 문화도 세계화되는 이 시점에서 한국 사람으로서의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한국의 미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가진 인생의 멋과 정신적 풍류를 이해함을 아니 깨달음을 의미한다. 저자의 한국미에 관한 이 책은 주로 서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서화는 특히 우리 옛 문인들의 멋과 풍류가 한껏 베어나고 단순한 기교를 넘어 정신과 혼이 담긴 그야말로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세로쓰기가 사라져버린 우리들의 대중매체와 일상생활은 우리 조상들의 시, 서, 화를 접하는 기본적인 형식마저 와해해버렸다. 하지만 그 형식을 알고 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옛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작품을 대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 작품을 만든 이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세 번째의 원칙은 천천히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삶의 속도와 경쟁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이 작품을 대할 때에도 그 고질적인 습관이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 작품을 천천히 음미한다는 것은 우선 패스트푸드화된 삶의 양식에 대한 반성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다. 다음으로 이 ‘천천히’라는 말의 의미가 중요한데 그것은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위대한 정신세계인 작품들을 제대로 즐기고 음미하지 못한다면 그것의 가치를 온전히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을 즐길 준비가 되었는가? 그것을 즐긴다는 것은 옛 사람들의 정신적 경지를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 경험해보아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위대한 유산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위대하게 알아보고 즐길 줄 아는 우리들의 정신적 성숙정도에 달려 있게 되는 것이다. 단원의 주상관매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아일체가 뭔지 알아야 하고 송하맹호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 이면에 담겨있는 정신적 세계를 엿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탈취당하는 아픔을 겪어 왔다. 하지만 더 큰 아픔은 그 문화유산이 우리에게 있다 해도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지킬 줄 모르는 우리 국민의 정신적 미성숙에 있지 않은가? 심안이 없다면 천금의 가치를 지닌 문화재라 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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